[특별기고]

오늘은 식목일이다. 곧 관악산에 벚꽃이 필 것이다. 관악산에 벚꽃이 만발하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관악산에 벚꽃이 피기까지 관악산을 푸르게 하려는 선인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관악산으로 서울대가 이사 오기 불과 십수년 전까지 관악산은 헐벗었었다. 1960년대 선인들은 관악산을 푸르게 하고자 사방사업을 하고 나무를 심었다.

관악캠퍼스 뒷산을 오르다 보면 반세기 전에 땀 흘린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곳에는 사오십 년 전에 심은 사방오리나무, 아카시나무, 리기다소나무 등이 줄지어 자라고 있다. 숲이 우거지고 나니 산새들이 먼 곳에 자라는 벚나무의 버찌를 먹고 되돌아 와 관악산에 씨앗을 퍼트렸다. 이들이 관악산에 벚꽃이 피어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일등 공신이다.

지금 북한의 상황은 관악산의 50년 전과 비슷하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매년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산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산림황폐화에 의해 북한은 과거 30여년 동안 약 280만ha의 숲을 잃었다. 이는 남한 산림면적의 약 44%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한의 산림황폐화는 빈번한 홍수의 원인이 돼 북한의 식량생산능력을 저하시키고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북한의 산림황폐화를 저지하지 못하면 지난 수천년 동안 형성된 우리나라의 토양이 유실돼 한민족의 생존 기반이 허물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2008년에 서울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 계획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그 계획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리는 것이 포함돼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물자를 덜 쓰고 건물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개조하면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것은 교정과 학술림 등 교지에 나무를 2배로 심고 가꾸어야 가능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한 가지 대안은 조림 사업을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산림탄소상쇄(forest carbon offset)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다. 헐벗은 북한의 임지에 나무를 심는 것도 산림탄소상쇄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북한의 황폐한 산에 나무를 심어 보호하면 그 숲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서울대의 이산화탄소 흡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헐벗은 산림을 다시 푸르게 하는 것은 한민족 공동체의 토대를 튼튼히 하는 것이며 우리 국토를, 나아가 전 지구적 환경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다. 우리 대학도 북한 산림녹화 지원 사업에 적극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

윤여창 교수
산림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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