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종 교수
디자인학부
필자가 미술과 디자인을 하게 된 동기는 어린 초등학교 시절에 나의 꿈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한 데서 온 것 같다. 당시 인천에서 떨어진 시골마을에 살면서, 도심과 여행과 미래세계 등 내 많은 꿈들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중고시절의 미술부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내게는 주로 미술은 가고 싶고, 갖고 싶은 “염원하고 상상하는 미래세계의 구체적 표현”이었다.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기능을 이야기하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술과 디자인의 중요성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아름다운 꿈의 상상과 이의 구체적인 시각적 표현”으로서 이는 바로 창조의 핵심적인 인자들로 볼 수 있다.

이제 창의시대를 맞아 예술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미래학자 랄프 젠센은 미래는 상상과 이미지, 예술과 디자인이 중시되는 ‘드림 소사이어티’라고 명명하고 있다. 사회학자 다니엘 핑크도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21세기를 창의 시대로 규정하며 이 시대에서 ‘예술과 디자인적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예술가나 디자이너의 창조적 특성은 바로 ‘미래전망’, ‘전체와 융합적 이해’, ‘시각적 종합’, ‘감성적·개방적 활동’ 등을 중시하는 우뇌적 사고에 기반을 둔다.

창의시대를 맞아 이미 선진국은 예술이나 디자인의 중요성 인식은 물론 우뇌에 기반한 디자인 사고를 기업, 사회, 교육혁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기업경영자들이 창의적 인재를 구하려고 디자인대학으로 몰리고 있다고 하며 ‘내일의 비즈니스 스쿨은 디자인 스쿨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또한 최근 서울이나 세계의 도시들은 디자인도시를 표방하며 디자인을 통한 도시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교육의 예로 미국 스탠포드대는 최근 공대, 경영대와 연계된 D(디자인)-School을 설립해 창의교육을 주도하려 하고 있으며, 핀란드는 21세기 창의사회에 걸맞은 새로운 대학 교육모형을 모색해온 끝에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교, 헬싱키공과대학교, 헬싱키경영대학교 등 세 개의 분리된 국립대학교들을 통합해 21세기형 융합창의대학교인 알토대학교를 2009년에 설립했다.

이와 같이 21세기 창의사회를 맞아 선진국들이 예술과 디자인을 산업과 사회혁신을 이끄는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서울대의 전체 교육시스템은 과학과 기술, 물질과 효율, 좌뇌와 이성 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창의사회를 이끌 21세기형 리더교육을 위해 이성과 감성, 지식과 체험, 좌뇌와 우뇌가 균형을 이루어 보다 예술과 디자인이 살아 숨쉬는 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꿈꾸어 본다. 예를 들어 교양필수로 예술·디자인 실기과목들이 지정되고, 예술·디자인 중심 융합창의프로그램이 마련되고, 나아가 음악, 미술, 디자인, 연극, 영화 등을 일 년 내내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다용도 공간과 예술 관련 각종 컨퍼런스와 세미나, 기초교육, 재교육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으며, 각종 예술과 공연을 관람하면서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 시설 등을 갖춘,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도 즐길 수 있는, 서울대 소프트창의의 메카와 종합예술복합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시아 예술·디자인 문화센터가 우리 대학교에 있으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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