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상승 기제로 이용된 조선 후기 가부장제

▲ © 강동환 기자
1970년대 이후 조선 후기 가족제도와 관련된 연구들은 17세기 후반에서야 부계 중심의 가부장제가 완전히 확립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여왕이 나온 신라시대와 남성이 처가살이를 하던 고려시대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부장적 가족제가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집단의식에 깊이 뿌리박혀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국 여성사회학의 개척자인 이이효재 전 이화여대 교수가 『조선조 사회와 가족』을 펴내 한국의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학적 해석을 내놓았다.

 


이이 교수는 “분단현실과 민주화는 지속적인 연구과제“라며 “여성이 가족과 국가와의 관계에서 대등한 주체로 거듭나야만 한국사회의 민주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의 주체성 확립을 위해서 가부장제의 극복, 가족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게 돼 한국의 가부장제 가족의 변화를 연구했다“고 여성학적 관점에서 가부장제를 분석해 온 연구 취지를 밝혔다. 또 그는 이번 저서의 집필계기에 대해 “가족 연구를 하면서 가부장제 사회를 개혁하고자 한 서양의 근대 여성들과 달리 조선 후기 서민 여성들이 효부, 열녀 등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목숨보다 중시했던 현상을 발견하고 큰 의문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조 사회와 가족』에서 이이 교수는 “지배신분이었던 양반계층은 신분의 세습을 가부장제적 부계혈통 계승으로 정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의 신분제는 세습제였기 때문에 양반의 혈통 보존과 계승을 중시했고, 따라서 신분간 사회이동을 제도로 금지했다. 그러나 조선 후기 서민계급이 성장하여 합법 또는 비합법적으로 신분상승을 꾀하면서 엄격했던 신분제도가 와해되기 시작한다. 이 교수는 “이 당시 양반 신분의 이익을 위한 가부장제 문화가 개혁의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하층계급의 생활문화로 그대로 수용되었다“고 지적했다. 즉, 신분상승을 위해서 하층 계급의 여성들도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효부와 열녀의 부덕 등의 가치를 수용하고 내면화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를 반영한 문학작품인 『춘향전』을 예로 들면서 “가부장제에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한 천민여성도 양반여성의 미덕인 정절을 지켜서 양반과 같은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나타내려 했다“고 말했다.

 

여성이 대등한 주체로 거듭나야 한국사회 민주화 가능할 것


그는 “하층 계급의 신분상승이 개혁적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차별적 불평등 구조에 순응해 오히려 신분․성차별 구조의 재생산 기능을 강화시켰던 조선 후기의 관행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며 또 “국가 권력은 호주제 등과 같은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성차별을 자행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이 교수는 “열린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부장제에 기초한 성차별적 제도들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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