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동적평형

세포단위의 미시적 시각에서 생명 현상을 ‘흐름’으로 보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평형』이 출간됐다. 저자는 전작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밝힌 ‘동적평형’이라는 생명관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실생활에 이를 적용했다.

저자가 이 책의 핵심 키워드로 꼽은 동적평형이란 무엇일까. 그는 루돌프 쇤하이머의 실험을 끌어와 독자들에게 생소한 새 개념을 쉽게 설명한다. 쇤하이머는 분자의 행방을 추적하고자 표식 아미노산을 쥐에게 먹였다. 아미노산은 순식간에 쥐의 온몸으로 퍼져 각 장기를 구성하는 단백질 일부가 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쥐의 무게는 변함이 없었다. 단백질이 새로 생성된 만큼 오래된 단백질이 버려지고 새 단백질이 그 빈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이 현상을 인간생명활동 메커니즘에 확대 적용하면 우리 몸이 ‘일정’한 형태가 아닌 ‘일시’적인 형태를 유지함을 알 수 있다. 즉 생명은 소멸과 생성의 역동적인 순환고리 안에서 동적인 평형상태를 이루려는 시스템이다.

저자는 동적평형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으로만 서술하지 않는다. 시간 경과를 느끼는 메커니즘과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 등 실생활에서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나이가 들면서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이유도 동적평형의 원리로 설명된다. 우리 몸 속에는 시간의 경과를 탐지하는 감각, 즉 ‘체내시계’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단백질의 신진대사가 시계의 초침이다. 결국 나이가 들어 신진대사의 속도가 떨어지면 시계의 초침도 느려져 체내시계도 느리게 간다. 그러나 느려진 체내시계와 상관없이 물리적 시간은 변함없기에 상대적으로 어릴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

몸과 생명을 정적인 형태가 아닌 분자단위 요소들의 소멸과 생성을 통한 ‘흐름’으로 보는 저자의 시각은 현대사회에 만연한 기계론적 생명론에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생명현상이 하나의 흐름인 것처럼 생명현상을 포함한 환경 또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환경이 ‘투입’과 ‘산출’이 비례하는 기계가 아니라 유연한 흐름 속에 작용하는 ‘비선형적 구조’를 가진다는 시각은 동적평형을 생명현상의 메커니즘을 넘어 환경과의 어울림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로하스(LOHAS)적 사고로 확장시킨다. 무조건 많이 투입한다고  더 많은 산출을 낳는 것이 아니므로 적당함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생명과 환경 모두가 생성과 소멸의 순환 흐름 속에 있는 동적인 평행상태라는 저자의 시각은 우리에게 ‘어울림’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진다. 맹목적 전진이 아니라 서로 나아가는 가운데 오묘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자연의 이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의  『동적평형』이 성장담론에 사로잡힌 현대사회에 경종을울리는 이유다. 


동적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김소연 옮김┃은행나무┃214쪽┃1만8백원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