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해 준다. 각자의 몸이 그 사람의 삶에 따라서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다. 『대학신문』 사진부는 각자 다른 삶의 단면을 보여주는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봤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백인백색, 천인천색의 몸 중 일부를 살펴봄으로써 고유의 정체성을 목놓아 외치는 몸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도록 하자.

조각칼을 들고 작품을 다듬는 오른팔이 유난히 눈에 띈다. 몇 시간이고 조각칼을 쥔 채로 움직이는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박이고, 종교한 작업을 계속하는 팔 근육은 단단하면서도 또 섬세한 작업에 알맞도록 변한다.

십수 년 이상 가야금을 연주해온 손에는 굳은살과 물집이 잡혔다가 사라진 흔적이 가득하다.

지금도 한쪽 손에 피물집이 잡힌 채로, 두 손은 가야금 위를 마치 날개 달린 듯이 춤춘다. 상처를 이겨내며 반복해온 연습은 피 맺힌 두 손에 날개를 달아준다.

발레리나는 공연 중에 온 몸의 무게를 한쪽 발끝만으로 온 몸의 무게를 한쪽 발끝만으로 지탱해야 한다. 이것을 반복하는 동안 발은 자연스레 상처입고 보기 흉하게 변하기도 한다. 발레리나에게서 연상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 뒤에 숨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의 시간이 이 발에 담겨있다.
금속 공예를 하는 공예인들은 항상 쇠붙이로 된 도구와 불을 가까이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들. 가끔은 불에 눈썹이 타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손가락이 곱아 아예 펴지 못하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돼도 공예인으로서 작업을 계속하는 데 한 점의 망설임도 없다. 그리고 이 상처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공예인으로서의 자부심도 함께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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