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마주침을 준비하며
돌이켜 보면 지난 대학원 생활을 '마주침'의 연속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싶다. 많은 마주침들이 있었다. 관악이라는 공간과 새로운 동료들, 그리고 수많은 사유들과 나는 지난 2년동안 마주쳤던 것이다. 그러나 모든 마주침들이 항상 새로운 실존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듯,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마주침들의 의미도 각기 달랐다. 그 가운데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마주침은 '마르크스'와의 만남이었다. 무기력했던 첫 학기를 마치고 『자본』 세미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 만남은 단지 하나의 우연일 뿐이었다. 그러나 원자들의 우연한 마주침들이 거대한 흐름을 만드는 것처럼, 1년 후 『자본』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나에게 마르크스는 더 이상 나를 스쳐가는 수많은 우연들 중 하나일 수만은 없었다.
마르크스와의 마주침을 통해 나의 대학원 생활은 비로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었던 것 같다. 논문을 쓰면서, 그리고 현재까지도 마르크스'주의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본다. 아직 답을 구하지 못한 이 질문에서, 그것이 단순히 마르크스주의라는 이론적 관점을 채택한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라고 다만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할 현재의 나는 적어도 2년 전의 나처럼 그렇게 '가볍지'는 않은 것 같다. '마르크스주의'라는 좋은, 그리고 훌륭한 무게추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많이 모자란 나의 무게감을 새삼 느끼면서, 이를 보태줄 새로운 '마주침'들을 준비하고 있다.
박찬종
사회학과ㆍ석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