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강의 죽음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리오그란데 강은 ‘거대한 강’이라는 어원에 걸맞게 3034km의 길이를 자랑한다. 적어도 지도상에선 그렇다. 지도에서 강으로 표기된 멕시코 프레시디오 마을에 가보면 강 대신 황무지가 남아있다. 1978년 이후 더 이상 흐르지 않는 리오그란데 강은 이제 ‘잊혀진 강’이라 불린다. 이렇게 죽어버린 강에 지불하는 대가는 단순히 지도를 고치는 것에서 끝날까. 이에 『강의 죽음』은 강이 마를 때 재앙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며 인류를 덮칠 것이라 경고한다.

영국의 지구환경전문기자 프레드 피어스는 20년 넘게 64개국을 다니며 환경과 개발문제에 관한 기사를 써왔다. 전작 『데드라인에 선 기후』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이로 인한 기후변화를 분석한 그는 이번에 자신의 ‘전공’인 물 문제에 파고들었다. 저자는 ‘임종’을 앞둔 세계의 강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생생한 증언을 얻어냈다. 『강의 죽음』은 그러한 증언과 통계 자료가 만난 르포형 보고서다.

저자는 강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장본인을 서구 문명사회로 본다. 강의 혜택을 입고 자라난 문명이 강을 길들이며 발전한 결과 강이 훼손됐다는 것이다. 서구 문명은 산업사회에 접어들며 하천을 직강화하고 댐을 건설했다. 육류와 유제품을 즐기는 서구 식습관도 많은 물이 필요한 낙농업을 확장시켜 수자원 낭비에 한몫했다. 1L의 우유 생산을 위해 2000L의 물이 소비된다는 통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죄값을 대신 지불하며 고통받는 것은 개발도상국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에 의해 길들여진 식민지 하천은 현재 자정능력을 상실해 가뭄과 홍수에 시달린다. 서구발(發) 세계화도 개발도상국의 작물 수출을 강요하며 물 부족을 심화시킨다. 저자는 중앙아메리카의 커피 등 지역 특화 작물이 과도하게 재배되면 지하수가 부족해진다고 주장한다. 국제 무역의 족쇄에 얽매인 개발도상국의 작물은 수출되지만 물은 ‘유출’되는 것이다.

책은 강이 바닥을 드러낼 때 인류가 마주할 재앙을 흉년·기아·습지감소·홍수 등 10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의아한 것은 말라버린 강에서 오히려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는 네 번째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저자는 홍수와 가뭄을 음양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표현한다. 치수(治水) 목적으로 강에 쌓은 제방은 오히려 유속을 감소시킨다. 토사가 쌓여 강이 말라붙기 시작하면 바닥이 높아지면서 강의 용적이 줄어든다. 그 결과 물이 유입될 때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지구 어느 곳에는 저자의 시나리오대로 죽어가는 강이 있다. 요르단 강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송수관으로 요르단에 이르지 못하고 말라가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이미 근대적 치수 사업의 실패를 인정해 댐을 철거하고 강을 자연 상태로 돌리려 한다. 강을 길들이려 할수록 재해로 고통받는 문명에 던지는 저자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리가 지구의 목마름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지구도 우리의 목마름을 외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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