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들이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 중국의 수용소에서 강제송환의 위기에 처한 탈북자들이 집단 저항과 단식을 하고 있었다.  


북한인권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 이런 저런 통로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5~1997년에 약 2백만명이 기아로 사망했고, 2000년에는 67%의 어린이가 만성 영양실조에 걸렸으며,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유린이나 공개 처형, 출신성분에 따른 탄압은 국제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북한 내의 인권 상황은 이처럼 가장 기초적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박탈로부터, 최소한의 먹을 권리, 이동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극단적인 것까지 자연재해, 경제 봉쇄와 체제의 결함 등이 복합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탈북자의 인권은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가들이 취하는 기본적인 북한송환정책 및 인신매매와 강제결혼 등의 복병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으며, 한국내 탈북자의 적응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인권 침해의 요인이 복합적인 만큼, 그 해법도 간단치 않다. 북한인권을 위해 일해온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최근까지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꺼려왔다. 성실하고 묵묵하게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행여 북한 정부나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을 자극하여 북한의 일반 시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악화될 것을 극도로 조심해온 것이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북한사회 전반의 조건을 향상시킴으로 해서 점진적인 개방과 교류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인권상황을 향상시킴으로써 남북한의 접근을 목표로 하는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수 있다. 원칙적으로 그 방침은 옳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인권 문제, 안으로 감싸안는 소극적 대응보다
국제사회에 전면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그러나 더이상 이렇게 안으로 감싸안는 것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미 세계사회에서 북한의 실상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 단지 침묵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과 책임의식에 의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더욱이 그것은 마치 북한의 핵 개발을 두둔하는 것으로 매도될 위험까지 있다. 우리는 우리 형제들의 고통을 같이 아파하고, 북한 사회변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당사자‘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논의에 나서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국내 탈북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시키는 한편, 북한의 실제 상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제인권단체들과 효과적으로 협력 해야하며, 혹시라도 세계사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가 정치ㆍ외교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는 이 시점에서 더욱 절실하다. 국내적으로는 북한 지원과 안보의 부정적 관계를 주장하는 수구적 시각이 옳지 않음을 설득하면서, 국제사회의 전면에 나설 준비를 해야만 한다. 북한정부와 중국, 러시아 등 양자관계를 타개해 나갈 현명한 방안을 강구하면서 인권문제에 적극적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것이다.

 


지난 해 우리정부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관련 결의안을 가결할 때 53개 위원국 중 유일하게 ‘불참‘을 택하면서 무책임하고 전략없는 정부라는 오명을 받았다. 또다시 올해 유엔의 북한 인권 조사를 위한 특별보고관 선정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아무런 입장 설명도 없이 기권한다면, 한국은 인권후진국의 낙인을 벗기 힘들 것이다.

 


이번 중국 탈북자 사태에서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사람 모두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우리 정부가, 세계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하고, 북한과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궁극적으로 북한 인권을 개선시키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정진성 사회대 교수ㆍ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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