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탐사·보도 성공 이후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보도 반복
해당기관 진실위와 연계해
정확한 보도 위해 노력해야

국양 교수
물리·천문학부
최근 일부 신문과 TV에서 고려대와 아주대 신임 총장 후보들의 논문 중복게재 사실을 보도해 이들이 사퇴하기에 이르렀고, 2주 전 TV에서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 중복게재에 대해 보도해 대학 전체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벌써 3년이 지나 이제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필자가 연구처장이던 시절, 포항공대 생물학연구정보센터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대학에서 발표한 한 논문 내용의 진위를 의심하며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논문의 연구윤리 위반을 제보한 일이 있다. 위원회는 두 달간 조사한 후 실험 결과는 진실이나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언론 대부분은 결과가 진실임을 간과하고 실수만을 부각시켜 한 학자에게 참기 어려운 모욕을 준 사실이 있다.

이 일련의 사태는 2005년 서울대에서 발표한 인간 줄기세포 복제 연구논문의 연구윤리위반사건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다른 사건과는 사뭇 다른 측면이 있다. 이 사건을 추적·보도한 모 PD는 해당 연구실 내 연구원의 제보를 받은 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오랫동안 발생학을 공부했고 그 결과 학계의 도움 없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도 수개월 동안의 조사 후 그 PD의 결론이 대부분 사실임을 확인해주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이 사건은 언론이 전문가의 큰 도움 없이 과학적 사실을 탐사·보도한 첫 번째 사건이다. 학계가 언론에 한 방 먹은 뼈아픈 사건이었다.

다행히 서울대는 이 사건 발생과 동시에 국내 최초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설립하고 관련 규정과 시행세칙을 제정했다. 위원회는 그 후에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10여차례의 조사 활동을 수행했고 매 사건에 대해 정확한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었다. 2008년에는 신뢰성을 더 확보하기 위해, 부총장이 위원장이고 연구처장이 간사이던 위원회 규정을 개정하여, 본부 보직자들이 포함되지 않은 독립위원회로 발전시켰고 2명의 박사급 전담직원도 채용하였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타 대학교에도 유사한 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했고 각 대학은 서울대를 모방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2005년 사건 이후 언론이 위험한 성취감을 갖게 된 것이다. 우리 언론은 서구의 선진언론과 달리 탐사·보도에 익숙하지 않아 사건 취재와 단순한 전문가 의견, 통신사 보도 등의 내용으로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가, 이제야 탐사·보도를 한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언론들은 국무총리, 장관, 심지어는 각 대학총장의 임명 절차 중 이들의 연구윤리 위반을 조사하기에 이르렀고, 많은 경우 전문성 없이 단순한 비교분석 후 그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연구윤리위반 조사의 경우에도 일반적 법리인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나 언론은 해당 기관의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결론을 내리기 전에도 마녀사냥식 보도를 반복해왔다. 이러면 해당 후보자의 인권이 짓밟히는 것은 물론 조사 대상자들은 형용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다.

서울대는 연구 부정 또는 부적절이 진실로 밝혀지거나,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예비조사 또는 본 조사를 진행되는 동안 조사 내용을 공표하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제보하는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있다. 표절로 대표되는 연구 부정과 중복 게재로 대표되는 연구 부적절의 경우 학문 영역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다고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서 적시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아인슈타인과 케인즈의 논문들을 조사하여 이들의 중복게재 사실을 조사한다면 엄연히 학문 분야별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언론도 연구윤리위반에 대한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보도하기 전에 해당 기관의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하고 판단을 받아본 후 그 결론을 보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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