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학교의 구성원임에도
대학원생은 대표자가 없는 셈
학생자치 효능 향상 위해서라도
대학원생에게 투표권 주어져야

관악의 봄은 선거의 계절이다. 총학 재선거도 우여곡절 끝에 치러냈고, 총장 선거도 곧 마무리된다. 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겐 그저 따뜻한 햇볕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린 총학생회장도 총장님도 뽑을 수 없으니까.

한 인터넷신문에서 서울대는 총장 투표권이 교수 1표, 직원 0.1표라고 꼬집었다. 서울대 총장은 교수는 전부를, 직원은 10분의 1을 대표한다는 얘기다. 학부생의 경우 총학생회장이 대표한다. 그런데 대학원생은 누가 있지?

총장님을 대학원생이 뽑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친구와 얘기해봤더니 교수님들의 반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중우정치 우려가 있다는 거다.

서울대 석 · 박사생들이 중우정치라니. 솔직히 학부생들도 참여해도 된다. 정 못 미더우면 평점 3.7 이상에게만 투표권을 주자. 이들이 비합리적이라면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물어도 고개 들어 관악을 보진 말자.

학생들은 4년 다니고 떠날 거란 얘기도 했다. 난 사실 이 학교에 학적을 둔 지 13년 됐다. 군대 다녀오고 연수 가고 직장도 조금 다니다 보면 이쯤 된다. 인문계엔 이런 박사과정생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나중에 발전기금 낼 동문이 바로 우리 학생들이다.

학교가 알아서 해준다는 얘긴 하지 말자. 등록금만 봐도 그렇진 않다. 지난해 학부생 반 넘게 장학금을 받았고 1인당 수혜액도 2006년 연 177만원에서 193만원으로 늘긴 했다. 하지만 그 4년간 등록금은 496만원에서 608만원으로 20% 넘게 뛰었다. 학생 절반에게 20만원 더 주고, 전체 학생에게 100만원 더 받은 셈이다. 대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회대 대학원도 같은 기간 536만원에서 630만원으로 비슷하게 올랐다.

장기발전 계획으로 서울대는 2025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도약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세계 10대 대학은 이렇게 안 한다. 2005년 미국 연수 갔을 때, 아이비리그에선 등록금 전액 면제 열풍이 불었다. 콜롬비아대가 첫 테이프를 끊고 하버드가 뒤따랐다. 예일대도 뒤처져 부끄럽다는 듯, 가구 소득 4만5000달러 이하 학생은 전액 면제, 6만 달러 이하는 차등 면제하겠다고 총장이 연수생에게까지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런데 예일대 학생회는 그도 부족하다며 의료보험료 전액을 학교더러 내라고 시위했다!

이번 총장 선거 공약을 보면 4년간 최대 발전기금 6000억 원, 재정 1조2000억 원, 교직원 연봉 30% 인상 또는 3000만원 인상, 국고지원 연 30% 인상 등등이 얘기됐다. 이 정도 재원이면 앞으로 10년간 등록금 동결을 교칙에 명시해도 될 텐데 그런 공약은 없다.

투표권을 줘도 투표 안 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학내 선거 때마다 학생들 투표율이 낮아 연장되는 지경이긴 하다. 하지만 이게 학생들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말자. 그보단 권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총학으로는 ATM 수수료 없애는 일조차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학생이 등록금 낸 만큼 총학이 학교 예산에 개입해도 되지 않나. 대표가 권한이 없으니 그만큼 투표의 효과도 없어지고 정치효능감도 땅에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선 대학원 총학생회도 무의미하다.

과거 관악의 봄은 선배님들이 혹독한 군부 독재로부터 푸른 민주주의를 싹 틔우려 피 흘렸던 잔인하고 자랑스러운 계절이었다. 지금은 피 흘리지 않고 투표한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아니다. 총장 선거는 오늘 끝난다. 그러나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총장님을 뽑을지 모른다. 어쩐지 이런 상상만으로도 학생자치에 대한 효능감이 좀 오를 것 같다. 그렇다면 이만한 정치 교육이 없다. 우리의 민주주의의 선배님들, 아니 우리의 스승님들이라면 알아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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