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울린 천안함 사태
영웅·전사라는 칭호 남발말아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진실 밝혀 진정으로 그들 위로해야

김아람 편집장
“고(故) 천안함 마흔여섯 용사들에게 경례, 일동 묵념..., 소중한 목숨을 바치신 용사들이여! 대한민국은 당신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호국 전사여! 서해 바다에서의 아픔과 슬픔 모두 잊으시고 이제 편히 잠드소서.”

지난달 29일 천안함 침몰 사고로 숨진 장병 46명의 영결식과 안장식이 열렸다.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된 이날, 영결식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온 나라에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간 이들을 떠올리면 남는 것은 가슴 저미는 안타까움뿐이다. “이번 출동 끝나면 아이와 함께 꼭 동물원 가자”고 약속했다던 한 상사의 이야기, 군대 가기 전 빨간 하트 큐빅이 박힌 반지를 주며 “엄마, 이게 내 마음이야. 나중에 진짜 금반지 해줄게.”라고 말했다던 한 중사의 이야기, 그리고 첫 휴가 나왔을 때 “할머니, 바다가 너무 멋져.”라며 좋아했다던 한 병장의 이야기... 그 각각의 사정들은 또 얼마나 절절했던가. 청춘의 꽃을 채 피우지도 못하고 비명횡사한, 나의 동기이자 선배이자 후배였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에서 뭔가가 울컥 솟아오른다.

그런데 일련의 천안함 사태를 보며 또 한 번 울컥했던 건 이들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슬퍼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들 때문이었다. 사태 초기부터 언론들은 각종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내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했다. 정치권 역시 한쪽에서 현 안보체제의 허술함을 지적할 때 다른 한쪽에서는 한반도에 불어닥친 군사적 위협을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때아닌 영웅신화였다. 총리는 침몰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을 때부터 뉴스에 나와 “그들은 온몸으로 숭고한 애국정신을 보여준 이 시대 이 땅의 영웅”이라며 장병들을 칭송하는가 하면, ‘공영방송’ KBS는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연이어 방송하며 유족들도 사양하는 성금을 극구 모금했다. 하지만 몇 주 동안 웃음도 금지한 채 ‘강권’된 지나친 영웅화와 애도 물결은 그 저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다 참변을 당한 금양호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비된 대응은 이러한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지난달 27일, 침몰한 금양호 선원들의 유가족들은 총리를 방문해 선체 인양 등 대책을 요청하려 했지만 유가족들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수십 명의 전경들이었다. 불과 이틀 전인 25일 정운찬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 역시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허울뿐인 말이었다. 천안함 장병들에 대한 예우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천안함 장병들의 죽음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진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순직’이 아닌 ‘전사’ 수준의 보상 문제가 먼저 운운 되고, ‘안보 시스템 재정비’를 넘어서 ‘군사적 보복’ 이야기가 나오는 현실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에서 정치인들이 총 출동해 유족들의 손을 잡고 맹세했다던 안보 강화 약속과, 서해교전 때는 월드컵 보도 일색이었던 언론사의 태도 변화의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곳곳에서는 말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천안함 사태를 “잊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다지만 대체 무엇을 잊지 않을 것인가. 우리는 천안함 사태에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4월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천안함 침몰 진상규명특위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파행됐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야 지도부가 희생 장병 영결식에서 애도를 표하며 침몰 원인을 철저하게 밝히겠다고 의지를 밝힌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서다. ‘영웅’이라는 수사에 의한 박제화와 조장된 조문 정국으로는 이들의 넋을 위로할 수 없다. 오히려 원통한 이들의 죽음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은 하루빨리 진실을 밝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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