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남자와 한국 여자가 들려주는 경쾌한 연가

다큐멘터리 감독인 한국 여성과 쿠바인 대학생이 사랑에 빠졌다.  「쿠바의 연인」은 이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지난 6일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는 ‘쿠바의 연인: 한국인이 본 쿠바, 쿠바인이 본 한국’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 상영 및 초청강연을 열었다.
 

사진: 신동호 기자  clavis21@snu.kr


기타 현의 서정적 울림과 타악기의 역동성이 사람들의 땀 냄새로 치환되는 나라, 쿠바. 춤과 음악, 그리고 쿠바식 사회주의를 좇아 이곳에 온 다큐멘터리 감독 정호현은 롱 테이크로 쿠바 사람들의 면면을 생생히 스케치해나간다. 영화는 콜라가 0.55달러인 시세에서 한 달 월급으로 40달러를 받고 일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어두운 표정들을 클로즈업한다. 또 다큐멘터리 특유의 핸드 핼드(hand held)기법에 적극적으로 더해진 인터뷰와 셀프촬영은 카메라 앵글의 시점 변화를 자유롭게 만든다. 이와 같은 기법으로 “평등을 이뤘으나 모두가 함께 가난하다”거나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 사회 기능이 마비됐다”는 사회 현상 전반에 대한 친구들의 토로를 촘촘히 배열한 만듦새는 쿠바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게 한다.

한 국가를 관망하는 시선은 그녀가 장난기 있는 웃음으로 가득한 10살 연하 대학생과 사랑에 빠지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그러나 결혼을 위한 한국으로의 귀국은 예상치 못하게도 두 연인의 애정전선에 파문을 일으킨다. 감독의 엄마가 “아무리 지들이 좋아서 결혼은 한다고 해도 2세가 힘들 것도 생각해야지”라며 결혼에 반대하는 등 제 3세계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은 쿠바 청년을 괴롭힌다. 또 쿠바 청년이 감독에게 “왜 그렇게 시간에 매여 살아?”라고 터뜨린 불만에 감독은 “넌 일을 진득하게 못하고 왜 일하는 도중에 춤을 추는 건지 모르겠어”라고 답하며 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두 사람 간의 문화적 차이가 갈등으로 불거져 나오는 순간이다.

「쿠바의 연인」은 후반에 달하자 연인들에게 두 가지 물음을 던진다. 쿠바와 한국, 그들이 어디에서 살 것인가. 또 그들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유쾌한 지점은 두 나라에 대한 편 가르기로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바의 연인」은 ‘연인이 각자를 이해한다’는 작은 접점으로만 수렴된다. 영화 전반에 깔린 라틴음악은 결국 경제난에 대한 비가(悲歌)도, 정치에 대항하는 저항가(抵抗歌)도 아닌 경쾌한 연가(戀歌)다. 초청 강연에서 보여준 부부의 모습은 질문에 대한 해답 그 자체였다. 한국의 외국어고에서 스페인어 교사를 하고 있는 남편과 영화를 통해 남편의 고국 쿠바를 알리려는 아내가 초청강연의 연단에서 함께 춘 살사는 서로 다른 두 문화가 어우러질 가능성을 분명하게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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