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대혼란

2001년 9월 11일 미국이 자랑하던 세계무역센터가 테러에 의해 뉴욕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물든 금세기 초 새로운 테러리스트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두려운 테러리스트는 바로 미생물이다. 지난 주 출간된 『대혼란』은 언제 인류를 삽시간에 공포로 몰아넣을지 모르는 미생물에 의한 전 지구적 혼란을 자세히 조명한다.

저자 앤드류 니키포룩은 『제4의 기사, 전염병, 페스트, 기아, 재앙, 신생 바이러스의 역사』에서 병원체에 초점을 맞춰 전 지구적 질병 문제를 다룬 바 있다. 당시 저자는 세균과 인간의 ‘공존의 역사’를 꼼꼼하고 치밀하게 분석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 그가 『대혼란』에서는 인간과의 공존 이후 미생물이 인간 사회에 가져올 재앙 혹은 이미 시작된 재앙을 자세히 조명한다.

저자는 각 장에서 사스, 조류독감, 광우병 등을 9개의 ‘생물학적 시한폭탄’으로 소개한다. 굳이 명백하게  ‘미생물’에 의한 질병이 아니라도 전 인류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병이라면 이 범주에 포함된다. 광둥성에서 시작된 조류독감이나 아시아산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는 그 발생과 동시에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 나가며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동아프리카에서 1887년 처음 정체를 드러낸 우역은 결국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며 가축들을 말살했다. 인류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이러한 질병과 동물 폐사의 참상이 벌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각종 세균이 복잡하게 뒤섞이며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처럼 세계 각지로부터 다양한 세균이 모여들어 뒤섞이게 된 원인으로 저자는 세계화를 지목한다.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등이 인간을 따라 세계를 여행하며 변종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미생물 침입자들은 가는 곳마다 인간 사회의 비리를 폭로한다. 광우병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먹이사슬을 거스른 화학적 사료가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울러 쇠고기 수출 시 국가 권력을 앞세워 광우병 감염 여부를 엄밀히 조사하지 않는 일부 선진국의 행태도 폭로한다. 조류독감이 급속하게 확산된 까닭도 판매량 감소를 우려한 양계기업이 닭과 오리의 폐사 원인을 전염병으로 규정하길 부인해서다. 요컨대 미생물이 야기한 대혼란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반(反)생태적 행위를 폭로하며 그로 인해 돌아올 재앙 역시 고스란히 인간의 몫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결국 생물학적 시한폭탄은 인간을 향한 것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재앙을 소개한 후 ‘대대적인 사망의 시대를 위한 기도’라는 말로 분명한 경고를 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가 단순히 생물학적 사실의 나열로 공포와 위협을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데 이 책의 함의가 있다. 저자는 인간이 미생물 시한폭탄 앞에 긴장하며 오만한 태도를 각성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저자가 ‘겸허한 인간은 전염병을 통해 교훈을 얻고 감사하게 여긴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로 글을 끝마친 의도를 가볍게 보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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