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창문 기자  ccm90@snu.kr
20대에게 사회는 학점관리부터 사회참여까지 방대한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20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표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학내에서 ‘관악자작곡놀이(관자놀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연씨(정치학과·08·사진 오른쪽)와 김용희씨(지역시스템공학과·03·사진 왼쪽)가 그들이다. “‘88만원 세대’라는 말로 20대를 규정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껴요. 20대라는 세대를 경제적 지표로 단정 짓지 말고 우리들 개개인이 전하는 이야기에 주목해줬으면 해요”라고 말하는 그들. 그들이 표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관자놀이 활동은 박연씨의 주도로 시작됐다. 계기는 거창하지 않다. 단지 제각기 다른 곳에서 작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작업들이 사라지게 되는 게 아쉬워 뭉치게 된 것. 김용희씨도 “이전에 따이빙 굴비 공연을 보니 카피곡 위주였어요. 학생들이 대학 축제에서 자작곡보다 최신가요를 더 바라고 있다는 데 아쉬움을 느껴 관자놀이를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음악에 열정을 가진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인 관자놀이는 곡을 직접 만들고 연주해 편집 음반(컴플레이션 음반)을 발매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1집 ‘야간활동’을 발매했고 이 음반에는 총 9팀, 40명의 뮤지션이 참가했다. 이들은 각자 서로 다른 장르를 추구하고 가사도 소소한 내용부터 이별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관자놀이는 음악을 통해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기보다 대중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모색한다.

이들에게 음악이란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통로이고 이는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정치로 이어진다. 박연씨는 “각자 자신만의 굳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를 표현하지 않으면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죠. 서로 대화하지 않으면 정치는 불가능해요”라고 말한다. 김용희씨도 “누구라도 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접근할 수 있다는 게 문화 활동의 장점이에요. 놀면서도 충분히 정치적 이슈를 공유할 수 있어요”라며 동조했다.

어떤 이들은 문화 활동도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들 역시 생계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생계 문제를 떠나 표현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독립’과 ‘주체성’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은 기업이나 대중매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편집 음반을 발매하고 판매 후의 수익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비록 서툴러 보일수도 있지만 앨범 자켓도 직접 디자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관자놀이의 매력인 ‘독립’과 ‘주체성’을 놓칠 수 없다는 박연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들 공부하고 놀며 생활하지 않나요?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는 음악 활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는 것일 뿐이에요”.

음악을 통해 20대라는 틀에 갇혀 수동적인 삶을 살기보다 20대로 사는 소소한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그들. 그들에게 무겁고 거창한 20대 담론은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인 듯도 하다. 박연씨는 “20대를 위한 단체의 활동도 중요해요. 하지만 20대 문제에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20대 규정틀을 넘어서야 해요”라고 말한다. 이들의 활동이 사회경제적 모순으로 배배 꼬인 것처럼 보이는 20대의 매듭을 풀 수 있는 또 다른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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