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시각을 갖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시각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도 정당한 일이지만, 어버이연합의 행태는 매번 선을 넘는 것이었다. 이들의 행태가 하도 막무가내여서 보다 못한 진보성향의 젊은이들이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며 대한민국 자식연합을 결성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어버이연합과 자식연합이 서로 편을 갈라 반목하고 있는 이 희비극 속에도 서른여덟 번째 어버이날은 돌아왔다. 아마 자식연합 사람들도 지난 토요일에는 어버이의 은혜를 기리고 카네이션도 달아드렸을 것이다. 어버이는 우리를 낳고 기른, 갚을 길 없는 빚을 돌려받을 생각도 없이 내어주는 사람들이니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젊은 세대들을 가르치려고만 들며 가르침에는 훈계와 주먹질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버이가 아니다. 만일 그런 것이 어버이라면 홍상수의 유명한 농담을 패러디하며 “우리가 사람되기는 어려워도 어버이는 되지 말자”고 주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식연합도 언젠가 어버이가 될 것이고, 어버이연합도 누군가의 자식들이다. 어버이와 자식으로 각자의 정체성을 규정하며 현실화되는 갈등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어버이연합이 내세우는 주장들과 표현형식이 얼마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지에 대해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버이를 생각하는 이 자리에서는 좀 더 소박한 소망만을 말해보자. 세대 간 갈등과 정치적 갈등이 교묘하게 얽혀 있는 이 희비극적인 상황이 해소돼, 언젠가는 자식연합 사람들이 어버이연합 사람들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어버이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열망이란 특정 이념의 실현에 대한 열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소하고도 간절한 행복에의 열망이기도 하니까.
권희철 간사
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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