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특집]

멈춰버린 시계, 너절하게 산화된 사진, 누군가의 고통을 관통했을 탄환까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이 ‘5.18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물 등재추진위원회(추진위)’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1980년 시민들이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싸웠던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담고 있는 3만 5,700여 점의 자료 등재 여부는 내년 7월 결정될 예정으로 5·18 민주화운동이 그 기록까지 세계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의 기록물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과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사실을 기록하고 이를 보존, 발전시키는 기록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많은 근·현대의 기록들이 소실돼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들이 기록물보존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왔지만 일부 자료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해 소장되고 있어 5·18 기록물에 대한 통합적 관리와 보존 정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역사학연구소 전명혁 연구실장은 “5·18 민주화운동 이외에도 4·19, 6·10 항쟁까지 민주화운동의 지난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기록하고 보존할 제대로 된 민주주의 자료관이나 기념관이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지난 2001년 어려운 조건 속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추진으로 성공회대학교 내에 ‘민주화운동자료관’이 임시 개관됐다. 이 자료관은 노동, 학생, 여성운동 등 각 사회운동단체 또는 개인들이 개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자료들을 조사·수집하고 기증 받아 현재까지 약 15만여 건의 기록물을 수집해왔다. 그러나 임시로 개관된 이 공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왔다. 전명혁 연구실장은 “민간단체에 의해 진행된 사업이며 임시로 개관한 자료관이기에 그 유지와 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추진위원회는 유네스코에 5.18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함과 동시에 국립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 가톨릭센터 중 한 곳에 5.18 기록물의 통합 전시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안종철 추진단장은 “기록물이 여러 곳으로 흩어져 훼손이나 분실의 우려가 있고 광범위한 자료의 수집과 조사를 위한 기구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5·18 민주화운동 아카이브 기구’를 통해 전시실을 설립키로 했다”며 설립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기구를 통해 5.18 정신인 인권과 평화, 민주의 정신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기록관과 연구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록문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기록문화의 관리와 보존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에 대해 5·18 기념문화센터 문평섭 소장은 “우리 사회가 성장 위주의 가치에서 점차 역사에 대한 가치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기록문화 발전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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