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등학교 시절 교장, 교감 선생님 중에는 체육 선생님이 유독 많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지도학생이 교외대회에서 수상할 때마다 진급 점수가 더해지기 때문에 대회에서 상을 받을 기회가 많은 운동선수를 지도하는 체육 선생님들이 교장, 교감 진급에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기존의 교장 선출 제도하에서는 실제 능력보다는 근무 연수와 겉으로 드러나는 점수가 평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안이한 태도를 불러올 수 있고 실제로 근무하기 편한 학교에서 정년을 마치기 위해 학교를 옮겨다니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교장공모제의 취지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장공모제의 시행 방식이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도입하겠다는 교장공모제란 교장 자격증이 있어야 교장을 할 수 있는 초빙형 교장공모제다.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면 학교가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치열한 승진 경쟁의 장이 돼 기존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교장공모제로 제도의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또 초빙형 공모제로 교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학교 구성원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운영위원회 1차 심사 결과 상위 3인을 최종 선정해 학교장에게 통보하고 학교장은 이 3인을 무순위로 교육청에 추천한다”고 밝혔는데 무순위라는 것은 결국 학교 구성원의 선호도를 표현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반면 2차 심사에서는 교육청 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3명의 순위를 매겨 교육감에게 추천토록 했다. 결국 교장공모제에서 교육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를 제도화시켰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 둔감하고 안이한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선 교육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의도에서 도입한 것이 교장공모제다.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현재 교과부에서 시행하려는 초빙형이 아닌 내부형이나 개방형을 확대하는 것이 실질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다. 현재 교장공모제는 단지 승진 점수만을 얻어 교장 자격을 얻고자 하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현 교장공모제로는 평교사 시절에 쌓은 교육 철학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진정한 ‘실력’을 쌓기 위한 경쟁을 보장할 수 없다. 진정으로 교육 비리를 척결하려 한다면 앞서 논한 비판점들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개선된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수빈 경제학부·09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