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교수
생명과학부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라면 밤을 꼴딱 새거나 새벽에 자명종을 맞추어 놓고 일어나 관람을 하는 나로서는 이번 2010년 2월 밴쿠버 올림픽과 3월의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 있었던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시절, 그 어린 선수가 평범한 학교 생활을 접고 오로지 추운 스케이트장에서 그 힘든 훈련을 하며 13년 동안을 지내오는 동안 수 백번도 넘게 한 생각은 아마도 ‘그만두고 싶다’이지 않았을까. 다른 친구들이 학교 가는 걸 보고, 또래 아이들 깔깔거리며 즐겁게 떡볶이 먹고 피자 먹고 그러는데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며 부모를 얼마나 많이 원망했었을까. 하지만 그 힘든 걸 다 지나가게 만든 건 그 무엇보다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연아는 13년 동안 오직 그 목표 때문에 다른 모든 생활을 희생하면서 견뎌낼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것을 이루었을 때 흘렸던 그 눈물 (파란 옷을 입고 경기를 막 마쳤을 때 점수와는 상관없이 흘렸던 그 눈물)은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기에 김연아 선수만이 흘릴 수 있었고, 그녀만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눈물이지 않았을까. 그 짧은 몇 초 동안 그녀의 머리 속에는 과연 무엇이 가장 먼저 생각났었을까?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긍정적이고 생기발랄한 소녀가 무엇 때문에 그 순간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까? 난 아직도 그 순간의 장면을 볼 때마다 연아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묵묵히 견디며 노력했었을까 생각하면 내 눈시울이 같이 뜨거워진다.

 그렇게 올림픽이 끝나고 그녀가 13년 동안 바랬던 걸 이루고 나서 곧바로 또 치러야 하는 경기에 본인도 시인했듯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고, 훈련도 하지 않아 방황했었다. 그 결과는 우리가 고스란히 봤던 것처럼 연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쇼트 경기에서 나왔었다. 다음날 프리 경기에서 정신력을 회복해서 값진 은메달을 걸었고 이제는 쉬고 싶다라는 말을 하듯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으리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재능과 노력을 보여주었던 연아도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단 한가지 “이뤄야 하는 목표”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그 결과는 참 많이 달랐다. 이것은 연아에게나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큰 훌륭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도 아직 연아가 흘린 눈물의 의미를 100% 다 알진 못하고, 또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그만큼의 커다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연아 만큼의 노력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경기를 보고 나서 생각해 봤다. 내가 지금 이뤄야 할 목표는 무엇이고,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생활을 해야 하고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나의 하루하루는 그 목표를 위해 조금이라도 한걸음 나아가는 하루였는지 매일 저녁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오늘 하루하루는 표시가 안 나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모여 큰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날이 꼭 오고, 그건 연아처럼 매일매일 알아주지도 않는 빙상장에서 수천 번의 엉덩방아를 찧으며 노력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연아의 눈물과 마찬가지이리라. 우리 학생들도 당장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나의 하루하루가 나의 목표에 점점 더 다가가는 것을 꼭 믿고 오늘 하루 생활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