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0년 ‘세계 100인 과학자’ 김한복 교수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길 20년간 홀로 걸어온 것이 경쟁력청국장 연구에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 연계

 

사진: 이정수 기자

“실험실에서 발효시킨 청국장을 직접 떠먹으며 청국장의 효능을 몸소 체험했죠.” 김한복 교수(호서대 생명공학부)는 끈적끈적한 실이 엉킨 청국장을 꺼내며 말했다.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는 청국장은 소금기가 없어 씁쓸한 맛이 났다. “콩이 청국장으로 발효되면서 수십만 가지의 새 물질들이 생깁니다.”

‘청국장 박사’로 유명한 그를 최근 외국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학 강단에 선 1993년부터 외국에는 생소한 한국 전통 음식인 청국장 연구로 20년 외길을 걸어온 결과다. “남이 파고들지 않는 분야에서 연구해야 경쟁력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도 콩에 대한 연구는 흔하지만 콩의 발효 식품에 대한 연구는 없거든요.”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는 그의 이색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해 김 교수를 2010년 ‘세계 100대 과학자’로 선정했다. ‘청국장 박사’를 만나 그간 연구 성과와 대중적인 활동에 대해 물었다.

지금까지 일군 연구 성과는?

전공인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을 연계해 청국장의 여러 생리활성물질이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에 일으키는 변화를 연구하는 중이다. 김치가 발효될 때보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콩이 발효될 때 펩티드, 아이소플라본 등 생리활성물질이 더 많이 나온다. 이들이 세포 내 신호전달체계에 영향을 줘 유전자 발현의 패턴, 즉 유전자가 최종적으로 만드는 단백질의 양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하고 있다. 균주가 청국장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단백질의 분해물인 펩티드가 체내 혈압을 높이는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것을 이용해 혈압 저하 효과가 있는 청국장 조성물을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연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국내에서는 식품영양학계에서 청국장을 연구해왔지만 생명공학계에서의 연구는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선행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비 지원도 받기 어려웠고 연구 시설도 턱없이 열악했다. 그렇지만 청국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에 지금까지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콩이 청국장으로 발효될 때 생기는 수십만 가지의 물질 중 면역조절물질 등 몇 가지에 집중해 신약 개발을 목표로 연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전산학, 통계학을 공부하며 기존 연구에 생물정보학을 접목하고 있다. 생물정보학을 응용하면 DNA칩으로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에 관한 수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서 요즘 실험실은 예전과 달리 물이 필요하지 않는 ‘dry lab’이 됐다.

활발한 대중 활동으로 ‘청국장 박사’라는 별칭을 얻으셨는데?

실험실에 머물러 있지 않고 책과 홈페이지를 통해 청국장 복용법과 효과를 널리 전파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청국장을 통해 성인병을 치료했다고 알려와 연구에 많은 도움과 피드백이 됐다. 청국장을 찌개로 펄펄 끓여 먹지 말고 되도록 콩을 자연 상태 그대로 발효시킨 ‘생청국장’을 먹으라고 사람들에게 강조한다. 찌개로 끓이면 청국장의 효소가 죽고 찌개 자체의 염분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청국장은 김 교수에게 신물질의 보고다. 그가 청국장 연구에서 희망을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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