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유다예 기자  dada@snu.kr

벼룩시장이란 이름은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을 판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적인 벼룩시장인 프랑스 파리의 ‘생투앙 클리냥쿠르 벼룩시장’의 경우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60년 역사의  ‘황학동 벼룩시장’도 동대문 운동장으로 부지를 이전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벼룩시장은 작품을 파는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디제이의 음악이 흐르는 놀이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 벼룩 없는 벼룩시장, 새로운 얼굴의 벼룩시장에서 대안적인 문화공간의 가능성을 살펴보자.

△초상화  홍대 희망시장에서 예술가가 직접 시민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다.

일상과 작품이 소통하는 예술 활동의 장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는 예술 벼룩시장은 중고물품을 사고팔던 과거의 벼룩시장과는 다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공간을 ‘예술장터’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흥정과 창작이 동시에 펼쳐지는 이 예술장터는 작가와 시민의 벽이 사라진 대안적 문화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홍대 앞 놀이터에서는 예술장터의 시작을 연 ‘프리마켓(free market)’이 열린다. 8년이나 장수하고 있는 예술장터 ‘프리마켓’에서는 개성과 재미, 예술성까지 갖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얇은 쇠판을 ‘순수 톱질’만으로 가공해 만든 액세서리, ‘절대 먹던 것 아닌’ 아이스크림 막대기로 만든 휴대폰 줄 등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중에서도 3분 만에 앞에 앉은 이의 처진 눈과 콧등의 잔주름까지 놓치지 않고 그려내는 캐리커처는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다. ‘어정쩡한 캐리커처’, ‘오바이트 쏠리는 진짜 캐리커처’ 등 종류도 다양하니 맘대로 골라잡아 보자. 3~11월 매주 토요일 오후 1~6시. 홍대 앞 어린이 공원.

△인파  홍대 희망시장(위)과 오백장터(아래)의 모습. 이 벼룩시장들은 매번 많은 사람들로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예술가와 함께하는 벼룩시장은 동대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홍대 ‘프리마켓’의 주최 측이  동대문 두산타워 앞 광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예술장터 ‘인디마켓(in D-market)’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디마켓’은 홍대 ‘프리마켓’보다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예술가들의 창작 열기만큼은 남다르다. 눈을 빛내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좌판 앞에서도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판매자들의 창작 열기는 ‘인디마켓’을 뜨겁게 달군다. 탁 트인 야외광장에 오밀조밀 늘어선 노란색 파라솔 아래로 아기자기하면서도 개성이 넘쳐 행인들의 눈을 잡아끄는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칠보공예 액세서리는 없어서 못 팔 정도며 고양이와 곰이 그려진 책갈피 좌판 앞에는 귀여운 캐릭터에 반한 여성들이 가득 모여 있다.

한편 ‘인디마켓’에는 시민들이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생활창작 아티스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가정 시간 이후 한 번도 바느질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어느새 아름다운 ‘꽃 브로치’, 나만의 ‘동물그림 미니노트’ 등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3~11월 매주 금요일 오후 1~6시. 동대문역 두산타워 1층 광장. <문의: 02)325-8553 www.freemarket.or.kr>

젊음이 생동하는 놀이문화의 공간
싸고 괜찮은 물건을 찾기 위해 벼룩시장을 찾던 시절은 갔다. 개성 있고 자유로운 놀이와 볼거리들로 가득한 벼룩시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저 장터를 걷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벼룩시장들은 활기찬 젊음이 함께 하고 창의적인 이벤트가 솟아나는 대안적 놀이문화공간들이다.

철제 컨테이너로 만든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platoon kunsthalle)’에 밤이 찾아오면 이곳에서는 특별한 벼룩시장이 열린다. ‘블링벼룩시장’이라는 화려한 이름처럼 벼룩시장 안에서는 디제이의 화려한 클럽 음악이 울려 퍼지고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이들이 맥주를 마시며 리듬에 몸을 맡긴다. 좌판을 깔고 값을 흥정하는 이들만 없다면 영락없는 클럽의 광경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물건들도 하나같이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모델, 디자이너, 사진작가 등 세련된 취향의 소유자들이 내놓은 중고물품들은 때 하나 타지 않은 명품구두부터 고급 원피스까지로 벼룩시장 시작 후 1~2시간이면 동나는 인기상품들이다. 최근 ‘블링벼룩시장’이 입소문을 타며 벼룩시장에서 클럽의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심심한 토요일 밤, ’블링블링’한 화려함을 느끼고 싶다면 ’블링 벼룩시장’에 가보는 게 어떨까.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후 8시~밤 12시.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 건물 <문의: 02)3447-1191 www.kunsthalle.com>
△공연  오백장터 옆의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따.

홍대의 문화공간 ‘오백’에서는 ‘블링벼룩시장’과는 또 다른 느낌의 벼룩시장이 열린다. 상업화, 획일화되는 현대문화를 거부하고 나선 ‘생명평화 오백장터’가 바로 그것이다. 대안적 문화,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해 온 클럽 ‘오백’의 개성이 스민 이 벼룩시장은 중고물품과 함께 고소한 기름내를 풍기는 전과 밤, 고구마 등을 파는 곳이다. 시끌벅적한 장터의 한편에선 벨리댄스, 개성 넘치는 인디밴드 공연 등을 볼 수 있고 ‘야바위’와 같은 놀거리들의 향연도 펼쳐진다. 붉은색 저고리가 걸린 벽, 무당집 나무를 연상시키는 색색의 걸개 등은 투박하고 은은한 전통의 멋을 그대로 드러낸다.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놀이문화에 젖고 싶다면 주저 없이 ‘오백 장터’에 참여하자.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 오후 3시~9시. 상수역 ‘ DO빌딩’  지하 1층 ‘오백’
<문의:02)338-3452  cafe.naver.com/ob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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