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와 동시에
북한 지원책 펼치는 중국
군사적 비핵화 만큼이나
개혁개방 촉구 노력 기울여야

윤영관 교수
외교학과
천안함 침몰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고 그와 함께 중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필요하다. 중국 공산당이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년 8% 이상의 고속 성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주변 국제환경이 안정돼야 한다. 또 국제사회에서의 지도적 위상으로 볼 때도 평화와 안정에 반하는 북한의 행동을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두 번에 걸쳐 핵실험을 했을 때도 중국은 유엔안보리 제재결의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완충국가로 존재하길 원하고 그래서 경제지원을 해주며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한 직후 중국의 최고 수뇌부가 북핵문제와 북중관계를 분리해서 접근하기로 방침을 정하게 된 것도 그런 연유였을 것이다. 북핵문제 때문에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희생시킬 순 없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국제사회의 명분과 북한이 갖는 전략적 이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고 이 같은 딜레마는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합동조사단이 제시한 증거가 예상보다 훨씬 명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은 대청해전에 대한 보복적 성격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북한의 핵 보유로 인해  생겨난 자신감이 작동하고 있고, 여기에 리더십 교체와 경제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후자의 요인들이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상수로 남을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이 빈번히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런데 지난 5월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중국 측이 북한 측에 대해 경제의 개혁개방을 촉구한 점이다. 

사실 북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이 고립돼 있고 경제적으로 파탄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핵개발이나 천안함 공격은 증상일 뿐 병의 근본 원인이 아니다. 근본 치유법은 중국이나 동구권처럼 개혁개방을 통해 중앙집중적인 통제경제 체제를 버리고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은 1980년대 이래 세계 역사가 입증한 법칙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자기네들만은 예외가 될 수 있다고 버티면서 핵개발이나 천안함 공격같이 국제규범에서 일탈한 행동으로 외부지원을 뽑아내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북한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그런데 시장기제를 도입하는 개혁개방을 하려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핵 개발로 그 길이 막혀있다. 그래서 더욱 일탈적 행동으로 나아가는 악순환의 고리에 묶여 있는 것이다. 

동구권의 급격한 변화가 두렵다면, 정치적으로는 통제하고 경제적으로 개방하는 중국식의 점진적 방식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적 자유는 확보하지 못해도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테니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지금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지금 북한당국은 점진적인 개혁개방이라는 최소한의 결단마저도 회피하고 있다. 작년 말의 화폐개혁이 좋은 사례다. 그러한 상황에서 서방세계도 비핵화라는 단기 목표에만 급급하고 근본 치유책인 개혁과 개방은 부차적인 문제로 다뤄왔다. 이제 비핵화만큼이나 개혁개방 촉구에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고 누구보다도 중국이 앞장설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결단을 피해가는 북한을 그대로 두면 중국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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