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적 고등교육개편책인
국립서울대 법인화
서울대 구성원 책임을 다해
대학의 진정한 가치 추구해야

교육학과 박사과정
서울대 법인화법이 국회에 제출돼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7월에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총장의 선출을 보도한 기사들은 서울대 법인화를 기정 사실화하면서 새 총장을 ‘서울대학법인 초대 이사장’으로 명명했지만 상정도 채 되지 않은 법의 통과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대 법인화법을 바라보는 그대의 입장은 무엇인가? ‘등록금 내는 학생 고객’이나 현실적인 선택 운운하는 ‘합리적 관리자’의 입장을 버리고 사회와 대학의 미래를 고민하는 ‘비판적 지성인’으로서의 입장을 택한다면 ‘서울대 법인화’는 분명 ‘서울대 경쟁력 강화 방안’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이다.

그러나 서울대 법인화가 적잖은 저항에도 그 시행을 위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이유는 더 나은 교육과 연구 환경, 서울대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가 표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실은 모두가 이 표면적 목표에 끌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서울대 법인화는 교수에게, 교직원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서 조차 기초 학문만 고사하지 않는다면, 교직원의 신분만 보장이 된다면, 등록금만 많이 오르지 않는다면, ‘서울대 경쟁력을 강화할 괜찮은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적어도 ‘고객’이나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그렇기 때문에 이 방안은 떠들썩한 논란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법인화법안은 서울대인의 기득권 유지 욕구를 투영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대 법인화는 다른 국립대는 물론 국내 그 어떤 사립대의 추종도 불허하는 초 특권 대학의 출현을 의미한다. 게다가 법안은 여러 면에서 다른 국립대 법인화법과의 형평성을 상실하고 매우 기형적인 ‘국립서울대학법인’을 구체화하고 있다. 예컨대 총장과 이사장의 겸임 금지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나, 국가의 지원금은 받되 다른 국립대와의 형평성 고려에 관한 사항은 명시하지 않은 점, 타 대학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규모의 국·공유재산 무상 양도와 이 재산 양도시 과세 특례, 서울대 관련 법인 통합시 증여세 미부과 등을 명시한 점은 이미 통과돼 시행 중인 ‘국립대학법인 울산과기대법’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다른 점이다. 이는 불평등의 인상을 넘어 어떤 전략의 일환임을 추측게 한다. 학문적 검토가 이뤄져야겠지만 현재까지 전개 과정으로 볼 때 이것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이어진 독특한 형태의 고등교육 개편 정책의 일환으로 봄직하다. 즉 서울대 법인화 정책은 특정 대학에 자원을 집중해서 고등교육 분야의 세계적 명성을 획득하자는, 아니 실은 영미권 중심의 고등교육 질서에 편입하자는 BK21 초기 아이디어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야심 찼던 이 기획은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이름을 ‘BK21’로, ‘WCU(World Class University)’로, ‘서울대 법인화’로 바꿔가면서.

나는 국립서울대가 법인화되는 것에 반대한다. 한 대학에 자원과 권한을 특권 수준으로 집중시켜서 얻어낸 ‘경쟁력’이라는 것이 과연 그 대학이 사회 속에서 창의와 비판, 봉사의 역할을 지속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국립서울대의 가장 우선적인 책임은 사회구성원을 위한 학문의 연구와 학생의 교육에 있다. 세계적 명성이나 순위는 그 자체로 추구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그 책임을 다한 결과이고 미래의 진로를 위한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과연 우리 서울대인은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추구할 것인가? 2010년 봄, 우리는 특정한 방향의 고등교육 정책 앞에 또 한 번의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