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선택을 위한 '선거탐구생활'
왜곡된 20대 묘사해 유감스러워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투표참여로
정치인들 편협한 시각에 일침 가하길

이다은 사진부장
‘2010 대학생유권자연대 이유(2U)’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대학생 중 73%가 6·2 지방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투표율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20대의 심각한 정치적 무관심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인식됐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반가운 결과다. 이에 따라 각 후보자와 정당도 20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한 정당에서 ‘선거탐구생활’이라는 선거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공개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최근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2개의 영상 중 ‘여당 편’에는 휴일 집에서 드라마를 보려고 하다가 남동생에게 무식하다는 핀잔을 듣는 여성이 등장한다. 성우는 이 여성의 모습에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해요. 드라마는 재방 삼방까지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 봐요. 여자가 아는 건 쥐뿔 없어요.” 등의 설명을 덧붙인다. 또 다른 영상인 ‘후보자 편’에 등장하는 여성은 길을 가다가 선거 유세 중인 한 후보를 보고는 “멘트, 외모, 의상 다 이상해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개도 없어요. 동정표도 아깝다고 생각해요.”라며 지나치다가 ‘백마 탄 왕자’처럼 잘생기고 ‘샤방샤방한’ 다른 후보를 보고는 ‘금방 사랑에 빠질 것 같다, 이미 마음을 빼앗겼다’며 그를 지지하게 된다.

이쯤 되면 이 동영상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차라리 이 정당을 반대하는 사람이 패러디용으로 만든 것이라는 설명이 더 어울릴 법하다. 논란이 일자 문제의 동영상이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것을 보아 이 정당이 격렬한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내용이 문제가 되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것은 영상에 제시된 여성상이 평소 여성 유권자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영상을 제작한 이들이 공략한 유권자는 아마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과 유사한 이들, 즉 시사에 관심이 없으며 후보를 외모로 평가하는 ‘무식한’ 국민들이다. 이렇게 무식한 유권자들에게 인기 프로그램을 그럴 듯하게 따라한 동영상을 보여주면 당연히 정당의 ‘젊은 감각’에 열광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형식에 공을 들인 티가 나는 것에 비해 정작 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부실하다. 유권자들이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바라보는 이런 시각에 마냥 불쾌해하며 화만 낼 수 있을까. 그들이 유권자에 대해 이런 시각을 형성하게 된 데는 결국 국민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자신들이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변함없이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국민을 ‘봉’으로 여겼을 것이다. 자신의 지지 기반이 본인의 외모나 이미지에 있다는 생각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를 홍보 동영상으로까지 만드는 정치인들도 우습지만 이것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만은 아니기에 마냥 웃을 수가 없다.

그러니 다가올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하기를 바란다. 유권자에 대한 정치인들의 편협한 시각에 일침을 가하고 싶다면 말이다. 침묵하는 것은 이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상이 실제와 다를 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순히 선거 당일에 투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부터 선거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꼼꼼히 살핀 후에 행사한 표만이 진정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 홍보 동영상 초반에 성우가 이렇게 말한다. “탁월한 선택을 돕기 위한 ‘선거탐구생활’이에요.” 이 동영상이 분명 유권자들의 탁월한 선택을 도와주기는 할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선택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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