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프랑스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서 시가 1,500억원 상당의 피카소와 마티스 등의 작품 5점이 도난당했다고 한다. 미술관 내 감시 카메라에 잡힌 범인은 공범도 없이 홀로 마스크를 쓴 채 침입해 그림을 훔친 뒤 유유히 사라졌다.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었을 텐데도 범인은 그림을 오려내지 않고 액자에서 분리해 원작 그대로 가져가는 대담함과 여유를 보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보관한 미술관에는 당연히 첨단보안장치가 설치됐을 것인데 이를 농락한 ‘도신(盜神)’의 솜씨가 어찌 발현됐는지 참 궁금하다.

천안함 격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공격 2-3일 전 서해안 모 기지를 떠나 공해 쪽으로 멀리 돌아 사고 당일 밤 백령도 근처에 도착했다. 그 후 한·미 합동훈련 중이던 양국의 촘촘한 감시망을 뚫고 천안함에 3km 이내로 접근, 어뢰를 발사해 침몰시키고 신속히 현장을 벗어나 침투 경로를 되짚어 돌아갔다. 신출귀몰의 경지다. 몇몇 강대국들만이 보유하고 있다는 스텔스 기술과 음파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 소리 없는 어뢰를 북한이 개발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어리둥절한 현실이다.

1968년 청와대 습격 사건, 1983년 아웅산 테러사건, 1987년 KAL기 폭파사건 등 과거 북한에 의해 저질러진 대남 공격에는 짐작할 만한 그들만의 명분 또는 목표가 있었다. 불안정한 군부정권의 지도층 제거 또는 한국의 올림픽 개최 방해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번 타격의 목적은 무엇일까? 신기술을 테스트해볼 요량이었다면 그 후폭풍이 너무 크지 않은가?

이번 경우는 군사·안보에 관련된 국가기밀사항이라는 이유로 일반인에게 모든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그 동안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선지 다소 성급히 조사 결과를 발표해 속 시원히 해명되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에 뒤이은 한국 정부의 ‘단호한 대처’, 북한 정부의 ‘전면전 각오’ 등을 접하자니 앞으로의 우리 삶이 조금 더 팍팍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남북관계는 20여년 전 냉전 시기의 상태로 곤두박질할 것이며 이에 따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등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첨단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과도하게 책정되고 있는 한국의 국방예산은 한층 증액속도를 높일 것이다. 세금이 증가되거나 복지 및 교육에 쓰여야 할 세금이 국방 부문으로 이전될 것이다. 이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사태를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 속에서 우리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합리적 대응이 취해지기를 고대한다. 우리가 성마르게 분노하면 할수록 누군가는 미소를 지을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에 대해서는 국가기밀이라 발설할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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