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관악보급몸짓학교를 찾아가다

한밤을 대낮처럼 활활 태워 보자는 마임곡 ‘우정의 밤’의 가사처럼 지난 18일(화) 관악의 밤은 대낮처럼 밝았다. 관악의 몸짓패들이 모여 그들의 뜨거운 몸짓을 전하는 ‘관악보급몸짓학교’를 열었기 때문이다.

 몸짓은 마임을 포함한 모든 몸의 움직임과 이를 통한 교류와 소통을 의미한다. 과거 학내에서는 이러한 몸짓을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다. 자주 많은 마임공연이 열렸고 공연이 열리는 곳에선 공연자뿐 아니라 지켜보던 이들도 함께 마임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학내에서 점차 몸짓문화가 사라지면서 오늘날 몸짓은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나 몸짓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돼 버렸다.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관악의 몸짓패 ‘골패’와 ‘미친두시’, ‘연’은 ‘관악보급몸짓학교(보급몸짓학교)’를 열어 누구나 몸짓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 신동호 기자  clavis21@snu.kr

보급몸짓학교에 참여한 이들은 몸짓패들이 준비한 마임을 감상하고 이를 따라하며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보급몸짓학교의 1교시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우리하나되어’라는 마임으로 시작됐다. 새터의 어색한 공기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만들어진 이 마임은 보급몸짓학교에 참여한 이들의 어색함을 풀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마임패 단원들의 몸짓을 보고 이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1교시는 마임패 단원들의 역동적인 몸짓에 매료되다가도 자신의 어색한 동작으로 인해 웃음이 터지는 즐거운 난장의 체험이었다. 이 난장 속에서 몸짓 하나하나를 배우는 이와 가르치는 이들 모두가 어느새 하나가 돼 갔다.

흐르는 땀을 잠시 식힌 뒤 곧바로 시작된 2교시에서는 보급몸짓학교 준비팀이 새로 창작한 마임을 ‘우정의
밤’이라는 곡에 맞춰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당일 오후에 완성된 따끈따끈한 마임을 배우는 이들의 눈은 여느 마임패의 단원보다 반짝였다. 선선하지 않은 날씨 탓에 마임을 배우는 이들의 얼굴은 이내 붉게 상기되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서툰 동작을 다듬고 생각나지 않는 동작들을 질문하는 이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이날 보급몸짓학교에 참여한 박찬미씨(사회과학계열·10)는 “마임을 처음 접했는데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함께 몸을 움직이며 서로 하나 되는 시간은 주류문화를 답습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몸짓과 문화를 만들려는 몸짓패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 25일에도 계속되는 이 보급몸짓학교에 대해 몸짓패 ‘연’의 엄태연씨(경제학부·06)는 “보급몸짓학교를 통해 몸짓을 즐기고 대안적 문화를 찾아가려는 시도들이 학내에서 다시금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의 몸짓이 계속되는 한 관악의 뜨거운 몸짓문화는 쉽사리 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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