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내 속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희열

 

▲ © 노신욱 기자

지난 25일(목),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과 ,『하드보일드 하드 럭』, 무라카미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과, 『TV피플』,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 Rosso』와, 『낙하하는 저녁』 등 현대 일본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되살린 ‘전문번역가‘ 김난주씨(47)를 만났다.  

 

▲번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90년 귀국해 일본에서 근대문학을 전공하느라 한켠으로 미루어 놓았던 일본의 현대문학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을 읽고 감명을 받아 우리나라 말로 옮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번역을 시작하게 됐다. 

 

▲번역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머리 속에 이런 단어가 있었구나‘, ‘내가 이런 언어를 구사할 수 있구나‘라며 놀라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는 희열과, 또 그것이 작품에 반영되어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질 때의 묘미는 형용하기 어렵다. 그 때는 “음, 이거야“라며 히실히실 웃는다.

 

▲번역일을 하면서 겪는 고충은 없나?
원서로 읽었을 때의 이미지를 모국어로 옮겨 그 이미지를 재생시키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모국어의 어감이나 감수성에 맞게 요리해 내는 것이 가장 어렵다.
혹자는 왜 우리나라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하지 않느냐고 책임을 추궁하듯이 묻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인이 아닌 이상 일본어의 미묘한 어감을 살려 번역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또 일본어의 특성상 우리나라 말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가령 바나나의 작품을 번역하다 보면 우리나라 언어의 틀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우리 식으로 번역하게 되면 작가만의 문체가 지닌 ‘맛‘을 잃게 된다. 그럴 때는 무척 난감하다.

 

번역은 원서의 이미지를 모국어로 재생시키는 작업

 

▲번역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나 요소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해당 외국어에 대한 독해력과 지식은 번역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하고 절대적인 것은 모국어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이나 표현력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읽고 알아낸 것을 모국어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끈기와 집요함, 언어적 섬세함과 예민함, 그리고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번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번역가의 처우나 출판계의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번역가가 독립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교수들이 본업 외에 부수적으로 하는 일 정도로 취급받았다. 당연히 번역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작업환경이 열악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해외유학파나 고학력자들이 번역계로 진출하면서 ‘전문번역가‘가 등장했다. 지금은 번역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번역가들도 전문직으로서 대우받기 위해 원고료 대신 적정선에서 인세 계약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은 번역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는 과도기

 

▲남편 양억관씨 역시 번역가다. 함께 『냉정과 열정 사이』를 번역하기도 했는데, 부부가 같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어 이해의 폭이 클 것 같다. 어떤가?
나는 주로 집에서 작업하고 남편은 작업실에서 한다. 일하면서 각자의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독립적으로 하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 정도를 묻는 정도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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