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알파독

알파독
제임스 하딩 지음┃
이순희 옮김┃부키┃
351쪽┃1만6천원
6·2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 언론은 선거 후보들의 경쟁으로 뜨겁다. 후보들은 모든 매체를 동원해 자신의 이미지를 알리고 상대 후보의 작은 잘못을 적극적인 공세로 몰아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과거에 이념의 차이가 선거 쟁점이었다면 요즘은 자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책략이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선거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정치 컨설턴트는 이러한 책략 시대의 중심에 있다.

7일(금) 출간된 『알파독』은 2004년 부시 전 대통령 재선 당시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한 칼 로브의 비밀스런 책략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저자인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딩은 칼 로브가 구사한 책략의 원천인 전설적 정치 컨설팅 업체  ‘소여밀러그룹(소여밀러)’의 선거 전략을 분석한다. 저자는 글에 주관적 판단을 개입시키기 보다 소여밀러의 이미지 전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노력하고, 책의 말미에서 대중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한 책임을 물어 소여밀러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이로써 그는 공정성 유지와 비판이라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소여밀러는 텔레비전을 이용한 이미지 마케팅과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미디어 정치’를 구사한다. 소여밀러는 미디어 정치로 판세가 불리했던 선거도 승리로 돌려놓았다. 1979년 보스턴 시장 선거에서 소여밀러의 담당 후보인 화이트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보다 26%나 뒤처져 있었다. 당시 화이트는 서민의 살림살이는 뒷전인 오만한 정치인이라고 비판받았다. 소여밀러는 그의 뛰어난 행정 능력을 부각해 오만함을 오히려 용인할 수 있는 결점으로 바꿨다. 그들은 ‘도시와 사랑에 빠진 고독한 남자’라는 감성적인 광고로 화이트의 이미지를 포장하는 반면 상대 후보의 이미지는 ‘인간성은 좋아도 경솔하고 경륜이 부족한 인물’로 깎아내렸다. 소여밀러의 교묘한 네거티브 이미지 전략은 대중에게 그대로 먹혀 선거에서 화이트를 승리로 이끌었다.

저자는 소여밀러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정치 컨설턴트를 적진을 망보는 개의 무리 중 상황을 통제하는 우두머리인 ‘알파독’에 비유한다. 알파독은 뛰어난 능력을 갖췄지만 승리를 위해서 비열한 방법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신념을 고취하면서도 속임수에 능수능란하다. 정책에 대한 이성적 평가보다 이미지라는 감성적 평가에 초점을 둬 상대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선거 전략 전면으로 내세우는 정치 컨설턴트는 이중적인 알파독과 상당 부분 닮았다. 저자는 선거 현장에 만연한 알파독들이 정치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대중이 정치를 외면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알파독은 선거를 한 편의 멋진 쇼로 만든다. 하지만 쇼가 끝난 후 남는 것은 이미지만 공격하는 선거판에 등 돌린 유권자의 씁쓸함뿐이다. 미디어 정치는 전통적으로 텔레비전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정보기술 혁명과 함께 인터넷 시대의 문턱에 들어섰다. 네거티브 공세와 감성적 이미지 광고보다 후보자의 능력 등 내실을 기한 정책으로 선거 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궈낼 알파독의 변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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