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거인들의 생각과 힘

거인들의 생각과 힘
빌 브라이슨 엮음┃
이덕환 옮김┃까치글방┃512쪽┃2만5천원
뉴턴, 다윈, 패러데이. 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자들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이름 뒤에 명예로운 왕립학회의 회원임을 나타내는 FRS(Fellow of Royal Society)가 붙는다는 것이다. 영국의 왕립학회는 1660년 경험이 지식의 근원이라는 ‘경험철학’의 진흥을 위해 모인 학자들이 만든 단체로 지금까지 무수한 석학들이 거쳐 간 곳이다. 왕립학회 창립 350주년을 기념해 10일(월) 출간된 『거인들의 생각과 힘』은 세계 과학의 메카가 된 왕립학회의 족적을 따라 과학발전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거인들의 생각과 힘』은 유명 저술가들의 에세이를 모아 엮은 과학에세이집이다. 닐 스티븐슨,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저술가 22명이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논쟁, 다윈의 진화론,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 관한 논란 등을 다룬 글들을 모아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이 편집했다. 책은 왕립학회의 역사를 단순히 서사적으로 기술하기보다 학회 회원들이 과학 각 분야에서 이루어낸 성과와 그것의 의미를 심도 있게 되짚는다.

왕립학회가 걸출한 과학적 성과를 축적한 배경에는 당시 일반적인 사회 분위기와 달리 중립적·국제적인 분위기, 그리고 사회적 배경보다 개인의 능력과 성실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있었다. 미국 독립혁명의 최전방에 선 프랭클린의 반(反)영국적인 행보도, 포목상 출신인 레벤후크의 비천한 학력도 이들이 왕립학회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덕분에 왕립학회는 초기 10여명이 모여 과학 문제에 대해 토론하던 초라한 단체에서 현재 총 96개의 위원회와 1,4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세계 과학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과학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왕립학회 회원들의 업적은 계속해서 기존의 통념을 뒤엎고 새로운 사고의 방향을 제시했다. 나아가 과학뿐 아니라 그 외 사회영역에서도 큰 변혁을 이끌어냈다. 뉴턴이 발견한 ‘물리법칙의 연속성’은 물리적 세계에는 한계가 없고 그 내부에는 동일한 법칙이 일관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증명했다. 뉴턴의 발견으로 유한한 물질세계 너머에 정신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 이원론적 기독교 우주관이 무너지면서 당시 사상적 기조는 정신보다 물질에 비중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는 물리주의로 변화를 겪게 된다. 한편 다윈이 제창한 자연선택 이론은 생물 종이 불변한다고 믿었던 기존의 통념을 부수고 진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열었다.

왕립학회 회원들을 계승한 과학자들의 탐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과학은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양날의 칼’인지 모른다. 저자 중 한 명인 마틴 리스는 과학자를 제외한 사회 구성원들도 과학에 적극 관심을 두고 대처할 것을 강조한다. 과학 그 자체가 생활인 현대 사회에 사는 이상, 미래를 책임질 이들에게는 과학에 대한 능동적인 손내밀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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