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에 대한 남북의 대응은
출구없는 공멸의 길로 치닫고 있어
강경책만을 고수하지 말고
국제 공조로 문제 해결해야

김아람 편집장
한밤중, 도로 양쪽에서 두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한다. 이때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수는 있지만 게임에서 지게 된다. 자, 두명의 운전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안타깝게도 게임이론에 따르면 현실은 이렇다. 두명의 운전자는 서로 상대가 먼저 양보하길 바라며 끝까지 돌진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쾅!”

최근 천안함을 둘러싼 남과 북의 대응을 보고 있자면 저절로 이러한 치킨게임이 연상된다. 치킨게임은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한다는 게임이론이다. 지난 24일(월)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이후 남과 북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강경책을 쏟아내 왔다. 남한이 남북 교류 전면 중단과 무력 침범 시 자위권 발동 방침을 발표하자 다음날 바로 북한이 남북관계 전면 폐쇄와 불가침 합의 파기로 맞대응하는 식이다. 이에 더해 경제협력협의사무소 철폐, 적십자 사업 중단 등 남북 간 모든 연락망이 폐쇄되고 군사훈련 강화, 나아가 ‘삐라’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남북관계는 ‘완벽하게’ 파행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전쟁 분위기는 최근 10년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그런데 과연 우리 정부의 현 외교정책은 사태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물론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해 단호하고도 분명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좀처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갖고 있는 모든 대북 제재 카드를 남발하면 이는 불필요하게 전쟁위기만 고조시킬 뿐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남과 북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입장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천안함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에 포함된 미국, 중국,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우리 정부의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중국은 여전히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이며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중립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도 자체 조사 후에 입장을 정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들 나라가 인정할 수 있는 조사결과를 제시하고 이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다른 변수들도 고려해야 한다. 29일자 일간지에 따르면, 중국이 ‘남, 북, 미, 중’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정부 발표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 확실하다면 공동조사를 통해 그동안 일었던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도 말끔히 해소하고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출구전략의 한 방편이 될 것이다. 특히 가해국으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협조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합동조사단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 두고 볼 일이겠지만 중국이 끝까지 남한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사태 변화에 따라 미국이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방침을 철회하는 상황의 대처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대북 강경책만이 사태해결을 위한 답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과도한 강경책은 북한과 중국을 압박해 동북아의 불안을 고조시킬 뿐이다. 쥐도 너무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혹여라도 남북 간 갈등이 고조돼 전쟁이 발발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남과 북의 손해로 되돌아온다.

많은 의혹에도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제는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다.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보수층 결집과 정권 지지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국제공조를 통해 천안함 사건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한반도에 울려퍼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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