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디자인 올림픽에는 금메달이 없다」

올림픽 열기로 들썩이던 1988년 서울. 그곳의 한편에서는 ‘선진한국을 위해 도시의 사각지대를 없애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길거리에 나앉은 달동네 주민들이 있었다. 30년 전 달동네를 휩쓴 이 개발 논리가 오늘날 다시금 서울을 뒤덮고 있다.

6월 2일(수)부터 24일까지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는 「디자인 올림픽에는 금메달이 없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철거와 개발논리하에 진행되는 ‘디자인수도서울(이하 디자인서울)’ 사업의 이면을 폭로하고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물음을 던진다.

‘미디어버스’의 작품 「사각지대를 없애라」는 88올림픽 개막을 보도한 동아일보의  레이아웃 위에 1960년부터 지금까지 사각지대에서 자행된 개발논리의 억압과 폭력을 다룬 기사들을 재배치한다. 그리고 이 기사들은 공권력의 억압에도 사라지지 않는 사각지대의 현실을 드러내며 이를 없애려는 공권력의 시도가 얼마나 무의미한 지를 폭로한다.

20대 작가들로 구성된 ‘FF group’의 「ilikeseoul 캠페인」은 그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벌인 ‘비공식 불법 디자인서울 캠페인’을 담은 영상과 사진을 모은 작품이다. 이 캠페인은 ‘서울이 좋아요’라는 문구가 쓰인 디자인서울 홍보 포스터 위에 이 문구를 변형한 스티커를 붙이는 운동이다. 작품은 ‘서울이 좋아요’라는 문구 대신 ‘서울이 좋은지는 우리가 판단할게요’, ‘한강에 나무좀 그만 뽑으세요. 그늘이 없어요’, ‘그냥 좀 내비둬라. 노점상이고 달동네고 동대문운동장이고!’ 등의 문구로 서울시가 보여주는 서울이 아닌 우리의 말과 시선으로 서울을 삐딱하게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리슨투더시티’의 작품 「알츠하이머시티 서울」은 무리하게 추진된 정부의 청계천 복원사업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30년 뒤를 상상한다. 노화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철거되고 녹조가 심해진 청계천도 다시 개발을 진행 중이다. CG로 그려진 2040년의 서울은 이처럼 개발과 철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알츠하이머시티’, 즉 기억을 잃은 도시다.

이들이 말하는 금메달이란 일등 지상주의의 상징이 아니다. 전시 기획자 최정은씨는 “금메달은 공동의 행위 속에서 공동이 갖는 목적과 가치를 뜻한다”며 “디자인 올림픽엔 금메달이 없다는 제목은 이러한 공동의 가치가 사라진 디자인 수도 서울 사업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간에는 그 공간을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삶과 땀이 스며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일부의 목소리로 채우려는 시도는 다양한 삶에 대한 억압이며 그들의 고통을 양산해낼 뿐이다. ‘서울을 억압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삶의 공간으로 일궈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서울에서 진행되는 올림픽에는 우리의 삶이 녹아든 금메달이 없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