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패탈 정기 공연]

조명이 켜지고 네명의 악사들이 무대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귀를 기울여야 들릴 정도로 작고 느리던 풍물 소리가 점점 커지고 빨라진다. 악사들이 고개를 흔들며 풍물에 심취할수록 관객들의 심장 박동도 빨라지고 무대 위에서는 신명나는 풍물놀이의 장이 펼쳐진다. 흥겨운 풍물놀이 한 판이 끝나고 악사들이 물러난 자리에 백설공주와 세 명의 난쟁이가 등장하며 마당패탈의 스릴러극 ‘오마이레이디’는 시작된다.

사진: 서진수 기자 ppuseu@snu.kr

지난 25일(화) 늦은 7시, 아직 빗방울을 머금은 본부 앞 잔디에서 펼쳐진 한 편의 마당극 ‘오마이레이디’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재해석한 창작극이다. 이 극에서는 3가지의 서로 다른 사랑이 등장한다. 동화 속 행복한 결말의 주인공인 백설공주와 왕자의 사랑, 그리고 마당패탈이 만들어낸 마녀 그리고 난쟁이 ‘득구’의 백설공주를 향한 짝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극 중 백설공주를 동시에 짝사랑한 마녀와 득구의 왕자에 대한 질투는 돌이킬 수 없는 최후를 빚어내는 극의 중요한 요소다.

동화 속 마녀는 백설공주를 미워한 나머지 그녀를 산으로 보낸다. 그러나 백설공주를 사랑한 이 극 속의 마녀는 공주를 왕자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그녀를 산으로 보내게 된다. 그러나 마녀의 노력에도 왕자는 결국 공주를 찾아내고 마녀는 둘을 떼어놓을 다른 방법을 다시 강구한다. 그리고 그녀는 공주를 사랑하는 또 다른 이인 득구를 만나 왕자를 공주로부터 떼어놓아야 한다며 그의 질투심을 자극한다. 마녀의 이간질로 득구의 질투는 점점 커져가고 득구는 왕자를 공주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골몰한다.

그러던 중 득구는 용기를 내 공주에게 고백 하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시름에 빠진 그는 결국 위험한 결단을 내린다. 늦은 밤 왕자를 찾아간 득구. 그는 왕자를 향해 도끼를 겨눈다. 도끼가 득구의 손에 의해 내리쳐지는 순간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관객들의 심장도 쉼 없이 두근거린다. 피 묻은 옷을 입은 채 공주에게 “공주님을 사랑해요”, “공주님은 이제 제 것이라고요”라며 피맺힌 고백을 내뱉는 득구를 보며 관객들은 등골이 오싹해지고 동시에 질투라는 감정에 휩싸여 변해가는 한 인간의 사랑을 고민하게 된다.

공주를 사랑한 득구가 왕자를 해치기까지 그를 감정의 벼랑으로 내몬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이었다. 이처럼 마당패탈의 이번 극은 ‘연애’하면 떠오르는 사랑의 달콤함 뿐 아니라 사랑의 이면에 감춰진 집착, 질투와 같은 연애의 씁쓸함을 보여준다. 마당패탈 정한별 회장(독어교육과•08) 역시 “각기 다른 사람들 사이의 감정이 얽혀 생겨나는 연애 감정 이면의 씁쓸한 단면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달콤 살벌’했던 이번 극은 예상 밖의 전개로 관객에게 충격과 공포를 불어 넣음과 동시에 관객이 극에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극이 자아내는 공포에 숨을 죽이고 무대를 지켜보는가 하면 미리 준비된 막걸리와 백설기를 먹으며 자유롭게 추임새도 넣어가며 극에 한껏 녹아드는 시간을 가졌다. 한 판의 마당극은 끝이 났지만 관객들의 마음은 ‘덩덩쿵덕쿵’하고 울리는 풍물 소리와 함께 여전히 마당극의 여운으로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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