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대 공정여행 기획자 윤여정씨

세계의 빈곤을 찾아 공정여행을 떠났던 이들의 책 희망을 찾아 떠나다(2010, 소나무)가 지난 5월 출간됐다. 책에는 여행사나 기업의 도움 없이 여행을 기획하기 위해 흘린 이들의 땀방울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아니지만 당시 이 책의 저자들과 함께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떠났던 윤여정씨를 만나 그때의 여정을 되짚어 보며 그가 공정여행을 통해 실현한 ‘실천하는 삶’의 가치를 들어봤다.

3년 전 지구촌대학생연합회라는 학생단체에서 활동하며 세계 빈곤문제에 관심을 둬 온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씨는 여행을 통해 빈곤의 실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생의 패기로 가득 찬 여행이었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도움을 얻기 위해 방문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거절당하기도 했고 여행지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피랍사건이 발생해 여행지를 급하게 바꾸기도 했다. “공정여행이라는 용어 자체도 확립돼 있지 않았던 때라 여행을 기획하기 쉽지 않았고 힘들게 준비를 끝낸 뒤에도 부모님의 반대로 여행을 떠나지 못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는 그의 표정에선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들이 스쳐 갔다.

이렇게 어렵게 시작된 그들의 공정여행은 기업이 아닌 현지인들에게 관광수익이 돌아가며 그들의 문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여행이었다. 윤여정씨는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를 돌아다니며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만을 먹었으며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대중교통만 이용하기도 했다”고 당시 여행에서의 실천들을 이야기했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방글라데시에서 묵었던 숙소의 가족들과 춤을 추고 노래를 했던 기억”을 꼽는 윤여정씨. 아직도 생생한 당시의 경험은 “단순히 어려운 이들에게 돈을 기부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 공정여행의 목적”이라는 그의 신념을 뿌리 깊게 해줬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고자 함께일하는재단에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훗날 대학생들의 소비적•오락적 성향의 MT가 아닌 공정여행의 참 가치를 담은 새로운 형식의 MT를 기획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여행의 가치를 고민하는 진지함이 느껴졌다.

윤여정씨는 치열했던 지난 여행을 자신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게 해 준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스펙쌓기와 경쟁이 강요되는 대학생활에 무력함을 느끼고 있다면 3년 전 그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그의 여정과 함께하다 보면 어느새 삶을 내리누르던 무거운 짐 대신 20대의 패기로 가득 찬 짐 가방을 들춰 맨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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