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이병률의 『끌림』, 최갑수의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여로에서 마주친 낯선 이와의 대화는 때때로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우연이 남긴 흔적은 가슴 속 깊이 스며들어 여행을 마친 후에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된다. 여행 에세이 『끌림』(2010, 달)과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2010, 달)에는 여행에서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들과의 추억과 설렘이 녹아있다.
『끌림』이 우연한 만남이 주는 설렘의 기록이라면 오랫동안 여행 담당 기자였으며 시인이기도한 최갑수씨의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는 기다림의 추억에 잠긴 채 또 다른 추억을 골목 여행자의 기록이다. 어스름한 저녁 골목의 끝자락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는가. 저자는 누군가를 정처 없이 기다리던 때의 그리움을 안은 채 골목을 여행한다.
골목을 지나는 그의 발걸음은 기다림의 무게만큼 무거우면서 기다림의 시간만큼이나 느리다. 그는 이 여정에 지칠 때쯤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골목길 어귀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연 하나쯤을 간직하고 있을 법한 골목 모퉁이의 낡은 계단에서 골목을 지나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추억은 가슴에 훈장을 달아준다’는 시구를 읊으며 옛 추억을 하나 둘 꺼내 드는 할아버지와 오래전 이 골목에 머물렀던 때를 회상하는 할머니에게서 골목의 옛 추억들을 전해 듣기도 한다.
두 에세이에서 여행 중에 만남은 또 다른 여행의 발길로 이어진다. 여행이 끝난 후 기억 저변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이에게 걸려온 전화.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는지를 묻는 여행지에서의 인연에 이병률씨는 앙코르와트의 붉은 햇살이 얼굴을 비추는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낯선 인연을 잊지 못하는 최갑수씨 역시 또다시 골목을 서성인다. 이번 여름 낯익은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가슴 뛰는 낯섦을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박차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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