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참여 안 한다’는 인식이 자명한 가운데, 총선을 맞이하여 4개 대학의 학보사에서 ‘대학생의 정치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가 자못 흥미롭다. ‘당위와 현실이 괴리’되는 지금 대학생들의 정치의식을 잘 반영하였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본 그리스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는 당위고, 내가 행하는 정치는 현실이다.


 조사에 의하면 ‘정치 참여는 필요하나 자신은 활동하지 않는다’고 답한 대학생이 82.1%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사회의 모순보다는 스스로의 문제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딱히 정치가 재밌어 보이지도 않는다. 필자에게 많은 사람들은 “왜 정치 참여 운동을 하나요? 데이트도 아르바이트도 할 일은 많은데”라고 묻는다. 언제나 둘러대며 답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선뜻 다른 친구에게 자신있게 권유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이 교과서로부터 도망치면서 대학생의 정치의식도 어디로 뛸지 모르게 됐다. MBC-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49.7%가 탄핵 이후 지지정당을 바꿨다고 한다. 4개 대학의 조사에서는 대학생의 13.8.%가 탄핵으로 지지정당을 바꿨다고 한다. 일반 국민에 비해 작게 나타난 수치로 보면 대학생이 특정 정치적 사건 혹은 이미지에 의해 판단을 달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유권자 운동을 해오면서 늘상 가져온 고민은 어떻게 당위와 현실을 일치시키는가였다. 정치가 곧 우리의 생활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이 무엇일까. “투표가 곧 일자리다”와 같은 구호까지도 생각해보았다. 청년 실업, 대학 등록금 같은 문제를 들고 적극적으로 대학생들에게 접근하지 않는 정치권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정치적 무관심을 관심으로 이끄는 다리가 ‘유권자 운동’

 

한 남학우가 여학우를 짝사랑하고 있다. 여학우는 이 남학우에게 전혀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있고, 남학우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이러한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제 3자,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남학우는 정치 일반이고, 여학우는 대학생 일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리는 부재자 투표소 설치, 투표 참여 운동과 같은 유권자 운동의 역할이다.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그리스 민주주의를 더 공부해보니, 광장에 직접 참여한 사람 수가 1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 1만명에겐 정치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노예들이 생업을 대신했기에 이러한 민주주의가 가능했다면서,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적극적 참여 민주주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에의 참여가 곧 나의 자유라고 생각했던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어떤 실마리를 준다. 스스로의 삶과 생계가 무거운 대학생들이 ‘정치가 곧 내 삶과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생활에서 느끼는 것이 바로 참여의 기초인 것이다. 이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에서 독일의 20대 유권자가 “내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어서, 내 미래를 윤택하게 할 정책을 보고 투표했습니다”는 인터뷰가 우리 대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날을 꿈꾼다. 대학생은 더 많은 관심을, 정치권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 주고, 그리고 다리는 더 재밌고 설득력 있는 ‘생활’로 다가갈 때, 교과서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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