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한 가출소녀가 수원 모 고등학교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검찰은 10대 가출청소년 5명을 지목해 이들이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를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4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 재판부는 그들의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2~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1년 후 2심 재판부는 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상고했으나 지난 22일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한다.

이들은 당시 담당 검사의 추궁에 자신들의 결백을 끝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담당 검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을 부인할 경우 가중처벌이, 자백할 경우 선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한다. 집요한 심문에 지친 그들은 결국 허위자백을 하고 말았다. 마치 ‘수인의 딜레마’ 상황을 보는 듯하다. 두 명의 공범이 체포돼 격리된 상황에서 심문을 받는 경우, 두 명 모두 함구하는 것이 최선의 상황임에도 배신의 우려로 두 명 모두 자백을 해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모순상황이다. 담당 검사가 이를 알고 악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게임 상황의 전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점인데 본 사건에서는 무고한 청소년들이 강압적 구조 아래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큰 고통을 겪게 됐으니 그 폐해가 자못 심각하다.

청소년들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이 얼마나 큰 상흔을 남기는지는 잘들 아실 것이다. 얼마 전 모 초등학교 ‘오장풍’ 사건이 많은 사람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이제는 극히 일부겠지만, 여전히 한국 학교에서는 체벌뿐 아니라 정신적 모욕을 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갖가지 규제들까지. ‘전족’이 봉건시대만의 유물은 아닌가 보다. 숨 막히는 경쟁구조 속에서 이런 굴레를 쓰고 살아가는 우리 청소년들의 영혼이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루소는 『에밀』에서 “아이는 복종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필요에 의해서만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권위에 복종하는 학생은 지시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설파했다.  최근 한국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다수 당선되면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습선택권 보장, 체벌 금지, 두발·복장 규제 철폐, 양심·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보장, 학생인권옹호관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우리 청소년들을 옥죄고 있는 제도와 문화 전반을 성찰하는 건설적인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게임의 법칙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가.

장준영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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