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초대형 4대강 사업
불확실성과 비가역성 내재돼
소규모 시범사업 통한
충분한 정보 확보가 선결돼야

홍종호 교수
환경대학원
케네스 애로우(Kenneth Arrow)는 매우 특별한 경제학자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에 복무하면서 학위 논문이 조금 늦어졌지만, 그는 이미 박사학위를 받기 한참 전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로 임용될 될 정도로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그가 30세에 쓴 학위 논문은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라는 획기적인 경제이론을 탄생시켰으며 그는 역대 최연소인 51세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애로우가 미국 버클리 대학의 피셔 교수와 공저한 논문으로 하천과 같은 환경자원의 개발과 보전에 대한 최적 의사결정 원리를 제공하는 유명한 연구가 있다. 그의 논문은 현재 국민적 논란의 중심에 있는 4대강 사업의 바람직한 해법에 중요한 경제학적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댐 건설과 같이 토지나 물, 생태계 같은 환경자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 있다고 하자. 이때 통상적인 정부 의사결정의 기준은 댐 건설에 따른 경제적 편익과 건설비용을 계산하고 이들을 비교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개발사업의 편익과 비용에는 사업의 진행에 따라 불확실성이 내재할 수 있다. 또 개발사업의 결과 자연환경에 돌이키기 힘든 변화를 초래한다면 미래 어느 시점에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을 상실할 수도 있다.

애로우의 논문은 어떤 개발 사업이 불확실성과 비가역성(非可逆性)을 포함한다면 개발보다는 보전이 경제적으로 보다 타당한 의사결정일 수 있음을 수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즉 현재 시점에서 일정 기간 사업을 늦추되, 그 기간 동안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획득함으로써 다음 시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닦자는 것이다. 그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체 가능성을 모색하는 접근이 당장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는 선택에 비해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논증했다. 애로우는 충분한 정보가 확보될 때까지 자연환경을 개발하지 않고 보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준옵션가치(quasi-option value)’로 명명했다.

30여년 전 애로우의 논문이 마치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4대강 논쟁을 예견하고 쓴 듯하다. 이 사업이 과연 정부가 주장하듯 지구온난화에 대비하고 망가진 강과 생태계를 회복할 ‘꼭 필요한’ 사업인지, 아니면 적지 않은 학자와 종교계, 일반 국민이 우려하듯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경제적 재앙을 가져올 ‘해서는 안 될’ 사업인지 굳이 여기서 논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4대강 사업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초대형, 초고속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4대강 전역에 걸쳐 총 16개의 댐을 건설하고 5억2천만㎥의 모래와 자갈을 제거하는 대역사를 대통령 임기에 맞춰 3년 내에 끝낸다는 계획이다. 낙동강만 보더라도 높이 13m의 댐들을 강 곳곳에 설치하고 평균 잡아 강폭 200m, 길이 320km, 깊이 6m로 강바닥을 파낸다고 한다. 강바닥의 모래는 물속 생물의 생존 터전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사업 목적이 훌륭하다고 해도 건설 이전에 4대강 사업이 내포한 불확실성과 돌이키기 힘든 변화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 정부가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로 추앙받는 애로우 교수의 제언을 애써 무시하지 말기 바란다. 방법은 이렇다. 일단 무리한 사업 진행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위험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고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규모 시범사업을 진행한 후 그 평가를 토대로 사업 확장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모름지기 국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사업인데 이 정도 여유는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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