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반대하는 문화·예술인1882명 시국선언과 영상제

사진: 사진 공동체 그레이 제공
지난달 20일(금) 봉은사 보우당 앞뜰에서는 문인 단체 ‘작가선언 6·9’의 주도로 ‘생명의 강 살리기 문화·예술인 1550인 시국선언’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소리영상제(소리영상제)’가 진행됐다. 더 이상 자연 파괴와 정부의 독단적 행태를 목도할 수 없다는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알리고자 열린 이번 행사에는 시인, 평론가, 무용가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했다.

이 행사가 있기 20여일 전부터 각계의 문화·예술인들은 파괴돼 가는 강산을 지켜내고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아낼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4대강 사업으로 끊어진 강줄기가 1550km에 달한다는 것에서 착안해 1천5백5십여명의 서명을 받고자 했던 이들은 애초 목표를 웃도는 1천8백8십2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렇게 모인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는 20일 오후 5시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들의 선언문 낭독을 통해 전해지게 됐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죽음의 현장을 생명이 약동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강이 강처럼 흐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이 끝난 이후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씨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영화감독 변영주씨는 차례로 연단에 올라 4대강 사업의 잔혹성을 경고하고 자연을 등진 예술 활동은 있을 수 없음을 역설했다.

이어 열린 소리영상제에서는 영화, 문학, 사진, 춤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를 표현한 문화·예술인들의 또다른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채은씨는 문화·예술인들이 낙동강을 순례한 것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상영했으며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연재 사진가 그룹 역시 슬라이드 사진 영상을 만들어 4대강 사업 현장의 실상을 보여줬다. 무용가 서정숙씨는 4대강 사업 반대의 목소리를 살풀이춤을 통해 몸으로 표현해냈다.

영상제의 한편에선 시민들에게 4대강 반대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전시참여마당도 진행됐다. 사진작가 한금선 씨는 4대강 사진관을 열어 즉석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고 용산 파견미술가모임에서는 소원등을 매달고 4대강 사업 중단의 염원을 담은 불을 밝히기도 했다.

이 행사가 끝난 후 소리영상제의 총연출을 맡은 최창근 연극연출가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처럼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은 지난 달 24일 간담회를 개최해 앞으로 ‘생명의 강 지키기 1550인 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늘 6일(월)부터 9일까지 광화문 사거리 원표공원에서는 매일 저녁 7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며 11일에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이 서울에 모여 전국 집중대회를 열 예정이다. 문화적 소통과 교류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이들의 활동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예술이라는 그들만의 목소리로 발화하는 이들 행보의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