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울대人(In) 연구회

경관 미화 위주의 복원보다 생태 회복을 중시하는 도림천 살리기 프로젝트
정기 모니터링과 수치모형, 복원 예상 시나리오 바탕으로 체계적·보편적 연구 초석 마련

교내에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구주제에 공통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연구회들이 존재한다. 이들 연구회에는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이나 단체의 구성원들도 참여하며 답사나 탐방을 통해 활동 영역을 교외로 넓히고 있다. ‘서울대 人(In) 연구회’ 연재기획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구회를 소개하고 연구 모임의 현장을 담고자 한다. 서울대 사람(人)들이 그 안(In)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만드는 연구회들을 지금 만나보자.

"관악 캠퍼스 부지에 원래 강이 흘렀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지난달 24일, ‘건강한도림천연구회(도림천연구회)’에서는 자하연과 공대폭포가 학내 수(水)공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캠퍼스 내에 흐르던 강의 이름은 도림천. 각각 지금의 중앙도서관 계단과 자하연을 지나는 두 지류가 흘렀지만 물의 자연적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캠퍼스 공사로 도림천의 물줄기는 지하에 묻혀 버렸다.

환경전문가·AIEES 연구소·환경동아리도 연구회에 동참

올해 5월 이십여명의 사람들이 사라진 도림천의 부활을 위해 도림천연구회를 결성했다. 이 모임은 주로 환경 관련 전공자와 교내 환경 동아리 참여자들로 구성되며 전문적·체계적인 도림천 살리기를 위해 하천 유역 탐사와 생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처음 연구회 결성을 주도한 김영오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건강한 도림천’이라는 사회봉사 과목을 개설해 수강생들과 도림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 오다 지난해 12월 연구의 지속성을 위해 AIEES(아시아에너지환경지속가능발전연구소)에도 연구모임을 제안했다. AIEES 연구소는 도림천의 물순환 구조가 개선되면 하천이 건강해지고 주변 지역의 수해 위험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며 연구모임을 이끌어 왔다.

연구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태를 회복해 도림천의 본모습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관악구청이 주도한 신림동 유역 도림천 복원 공사는 조경석 사이가 시멘트로 메워져 있어 수생생물이 살 수 없는 등 조경에 치중한 나머지 생태 복원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림천연구회는 이를 거울삼아 하천의 생태적 가치 회복이 우선인 복원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는 학내 도림천 상류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해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사진: 건강한도림천연구회 제공

캠퍼스 공사로 끊긴 물길이 지하에서 오수와 섞여 넘치기도

연구회는 지난 6월 첫번째 모니터링을 실시했고 그 결과 도림천의 수질과 생태계의 위기를 확인했다. 관악캠퍼스에 가로막힌 도림천 계곡물은 신림동 방면의 하류로 가는 대신 지하에서 캠퍼스 하수와 섞여 하수처리장으로 가기 때문에 연중 지표면의 물길이 마른 상태에 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면 하수와 빗물, 계곡물이 한데 섞인 오염된 물이 넘쳐서 하수도 측면의 ‘우수토실(雨水吐室)’을 따라 이 오수가 도림천에 유입된다. 물오리와 도롱뇽 등의 생물들이 사는 우수토실은 비가 올 때 침수 위험이 커 문제가 됐다.

연구회는 모니터링의 정밀성을 위해 연구팀을 물순환, 수질, 생태, 조경 네 팀으로 세분화했다. 그 중 주용성 씨(생명과학부·석사과정)가 주축이 된 생태팀은 복원 공사 전후 서식하는 식물의 가짓수와 밀도 변화를 측정해 복원 공사가 진행된 도림천 생태계의 위기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는 “복원공사 이후 오히려 식물이 뿌리내릴 수 있는 면적과 자라는 식물의 가짓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도림천에 날아오던 해오라기, 흰뺨검둥오리 등 철새도 공사 이후 사람이 강 양쪽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발길을 끊었다.

네 연구팀 외에도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기준을 세워 강 복원 계획의 초석을 마련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연구회의 일원인 이현정 박사(환경대학원)는 도림천의 물순환 구조에 따른 하천의 변화를 정량화했다. 그는 하천이 끊기지 않고 흐르는 면적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를 직접 고안해 도림천 유역의 변화 정량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도시화 이후 도림천의 하천 연결 면적 비율이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또 모델링과 현장조사를 통해 얻은 유량과 수질 측정 결과를 특정 수치모형에 대입하면 복원 예상 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신림시장 아래 묻힌 지류를 복원하는 시나리오를 수치모형에 적용하자 도림천의 유량이 47%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묻혔던 도림천이 복구되면 평소 유량이 정상수준으로 회복돼 하천이 안정화되고 수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민들과의 소통과 연대로 완성되는 도림천 살리기

연구회는 이렇듯 도림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뿐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의식 고취에도 힘쓰고 있다. 얼마 전 중도 게시판 설문을 통해 도림천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의식을 조사하고 인문대 물길 통수식의 홍보를 맡아 교내 수공간 재인식에 앞장섰다. 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생 집단인 환경동아리 ‘씨알’은 사라진 도림천 옛 물길을 분필로 바닥에 표시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이목을 끌기도 했다.

도림천이 관악 지역 전체를 관통해 흐르는 만큼 도림천연구회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연대도 중요시한다. 지난 5월 김영오 교수와 이현정 박사의 안내로 도림천 주민모임 대표와 학생들이 도림천 탐방을 함께 하기도 했다. 김영오 교수는 “앞으로 주민 모임, 관악구청, 서울대 전문가 그룹이 정기적으로 모여 도림천 복원 집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회원들은 도림천연구회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연구회의 규모가 너무 커지는 것은 기동성이 떨어져 경계하고 있지만,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는 캠퍼스를 거닐고 싶은 이들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한다. 도림천연구회의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끊긴 강을 다시 샘솟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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