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민주인사에서 거물 간첩으로 몰이를 당하고 있는 송두율 교수가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로부터 평화상을 받은 후 얼마 되지 않은 판결이어서 더욱 대비되어 보인다. 기념사업회와 사법부라는 판이한 성격의 단체이긴 하지만 한 개인의 행적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규정을 내렸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한쪽에서는 ‘진정한 평화정신의 체현’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친북 편향의 ‘반국가단체 구성의 지도적 임무’라며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과연 송 교수의 사상이 사법부의 말대로 ‘맹목적 친북 세력’을 길러냈다고 볼 수 있을까? 송 교수의 글이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한 해석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불분명하다. 송 교수의 사상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내재적 접근법도 학계에서 전부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고, 북한에 적용했다고 해서 법에 저촉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송 교수의 학문세계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판결이다.  

남북해외학술회의를 위해 북한에 간 것은 무죄이지만 송 교수의 학문세계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된다는 판결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학술회의 자체를 인정하는 것은 자유로운 담론의 장을 인정하는 셈이고, 그곳에서 나온 사상은 학문적으로 비판받아야지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재판부는 송 교수가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형을 내린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요구하는 반성은 송 교수의 학문세계를 부정하라는 극단의 반성이고, 이는 온 삶을 부정하라는 것이다. 송 교수에게 죄가 있다면 이 땅의 현실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반성적 성찰을 한 것뿐이다.  

경계란 단순히 구분 짓는 의미 외에 너와 나를 아우르고 서로를 연결해주는 소통적이고 긍정적 의미도 갖는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지의 반목인 경계가 아니라 화해와 협력의 경계이고, 그것을 실천하는 이가 경계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스로 경계인임을 자처한 송 교수는 남과 북을 잇고 통일을 이루어 내려고 했다. 재판부도 인정했듯이 송 교수는 남북 교류, 협력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송 교수에게 징역 7년형보다 안중근 평화상이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재호 철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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