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 새로 나온 책]

로널드 드워킨 지음┃
염수균 옮김┃
한길사┃568쪽┃3만원
“대한민국은 사찰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패러디한 이 신랄한 풍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불거진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거센 반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의혹뿐 아니라, 용산참사 등은 국가의 법질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국가권력에 맞서 개인의 권리가 바람직하게 확립되는 것이 요청되는 지금, 지난 7월 출간된 『법과 권리』와 『불편해도 괜찮아』는 자연적 권리를 제시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미국의 저명한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 교수는 근대 영미법의 주류로 자리 잡은 법실증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개인의 권리에 대한 항변을 시작한다. 법실증주의의 태두로 불리는 벤담은 인간에게 타고난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개인의 권리는 오직 법률에 의해서만 성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실증주의란 이처럼 도덕적 원리를 배제하고 제정된 법률에만 근거해 사안을 판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리킨다.

저자는 이러한 법실증주의를 비판하며 개인의 도덕적 권리가 국가의 법적 권리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권리는 근본적·보편적인 권리지만 국가 권력이 옹호하는 법적 권리는 국가라는 특정 공동체 내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또 그는 도덕적 권리의 우위를 인정하면 자동으로 그 권리를 침해하는 법은 따르지 않아도 될 권리가 성립한다고 말한다. 즉 도덕적 권리란 법적 권리에 우선하므로 법관은 실정법에 따르더라도 도덕적 원칙을 참작해 사안을 판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창비┃
380쪽┃1만3천 8백원
『법과 권리』가 국가 권력과 개인의 권리를 다룬다면 『불편해도 괜찮아』는 오늘날 일상에서 쉽게 부딪칠 수 있는 인권 침해의 사례를 담고 있다. 변호사로 활동했던 당시부터 소수자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온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영화와 드라마 속 인권 침해의 그림자를 잡아낸다.

성적 소수자 인권을 조명할 때 저자는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를 사례로 제시한다. 궁중 남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왕의 남자」, 「쌍화점」 등의 영화를 보며 우리는 어색함을 느낀다. 하지만 두 노숙자 남성의 동성애를 그린 「로드무비」에 이르면 우리는 어색함을 넘어 불편함을 느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전의 영화와 달리 남성 간의 성행위 장면을 노골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성적 소수자들의 이질성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두식 교수는 통념을 뒤집고, 소수자에게 느끼는 거부감이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는 능력인 ‘인권감수성’ 형성의 시작이라고 본다. 일견 불편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인 듯 하지만 스스로 불편함을 인정하고 터놓을 때만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과 다른 특성을 지닌 소수자에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수자도 자신의 정체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사실. 저자가 “불편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이유다.

김두식 교수가 말하는 ‘인권’과 드워킨이 제시한 ‘개인의 권리’는 결국 도덕적 원리를 바탕으로 한 자연법적 권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에서 상통한다. 도덕과 자연적 권리가 곧 개인이 지닌 정치적 ‘으뜸패(trump)’ 라는 드워킨의 주장은 약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도 적용될 수 있다. 두 저자는 개인의 도덕적 권리와 인권감수성이 바탕이 된 폭넓은 배려가 사회 전반에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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