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사설은 학부대학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을 “미래지향적 관점을 견지하며” 희망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 것인가? 지난 몇 년간 일방적 구조조정의 폐해를 몸소 경험한 우리들로서는 ‘무리’인 것처럼 보인다.

 

 

사설은 구조조정을 “시대의 대세”라고 소개하는 가운데, 글이 끝날 무렵에 “학교 당국은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학내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8일 학장회의 이전에 아무런 정보도 학생들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실제로 대다수 학생들은 이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느냐”며 크게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이번 구조조정은 ‘밀실행정의 산물’인 것이다.

 

 

또 학부대학의 중간단계로서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기초교육원 강화계획을 보면 ‘최소한의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어렵다. 이전에 광역화가 시행됐을 때도 말 그대로 ‘최소한의 준비’가 이뤄지지 않아 대형강좌의 난립, 전공과목의 부실화 등을 유발하지 않았는가? 물론 대학이 언제까지나 그대로일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바뀌느냐이다.

 

학내의 어떠한 목소리도 담지 못한 이번 구조조정에는 무엇보다도 ‘교육철학’이 담겨있지 않다. 그저 몸집을 줄이려고만 하는 대학본부와 수익성있는 학문을 중심으로 새롭게 지식노동력을 생산하려는 기업의 욕구만 있을 뿐이다. 이 속에서 학문의 위계서열화는 더욱 공고화되고, 우리 사회의 진보를 이룬 학문들은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다.

 

 

교육투쟁특별위원회는 남은 선거기간 동안 구조조정안의 부당성을 알리고 ‘2005년안 전면 재논의’, ‘교육주체 참여 보장’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것이다. 새롭게 건설되는 47대 총학생회 역시 이러한 대중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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