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재개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 건립 사업
각종 논란 속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란 본연의 취지 무색해져

지난 7월 20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서 ‘대한민국 예술인센터(예술인센터)’ 착공식이 진행됐다. 예술인회관에서 예술인센터로 명칭이 변경된 이 사업은 파행적 운영으로 지난 1998년 중단됐던 사업이지만 2009년 말 국회의 심의를 통과하며 재착공에 들어갔다. 이처럼 이미 실패를 경험한 사업이 다시  재개되는 것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은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 신동호 기자 clavis21@snu.kr

특혜 논란과 졸속 추진으로 얼룩진 예술인센터 사업

예술인회관 사업은 지난 1996년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주도로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의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아 추진됐던 문화공간 조성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예총의 재정 낭비와 사업비 미지급, 예총 간부 비리 연루 등 파행적 사업 운영으로 1998년 국가보조금환수조치 명령을 받아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이 환수조치를 철회하고 이름만 변경된 예술인센터 사업에 국고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강 미술가(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는 “이미 환수조치가 내려진 사업인데 정부가 이를 번복하고 대규모의 국고를 투입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예술인센터 건립 사업이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조차 마련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졸속 사업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총은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국회에 보고했으며 사업계획서를 제공 받지 못한 문화·예술단체 측에서 주관적으로 이 사안을 해석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예총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최지현 팀장은 “국회 심의과정에서조차 사업계획서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수익사업을 위한 공간으로 변질된 예술인센터

일각에서는 예총이 과거 예술인회관 건립 당시 건립 부지의 지가 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던 것처럼 이번 예술인센터 건립 사업도 수익성 사업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실제 예총의 사업계획서에는 임대성 사업이 가능한 스튜디오 텔, 컨벤션 극장 등의 운영이 계획돼 있다. 이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수빈 사무총장은 “예술인센터는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데 사업계획안에는 공사 비용을 환수하기 위해 예술인들이 충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비용을 대관료로 제시하고 있다”며 “결국 이 사업은 임대 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용 사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의 김상철 비상임문화정책위원 역시 “예술인센터 활용 계획을 보면 대부분 대관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연 분야 위주로 공간이 배분돼 실질적으로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나 시각예술 분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예술인센터는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혹 속 예술인센터, 공간 본래의 목적 찾을까

문화·예술 공간은 경제성이 아닌 예술인들과 예술 그 자체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은 국가 지원으로 운영되며 창작 공간에 경제성과 수익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서 작가들은 공간 임대료에 대한 부담 없이 집필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집필된 작품을 발표하는 낭독회 등 작가와 시민이 소통을 꾀하는 장 역시 자유롭게 열리고 있다. 문학인들의 집필활동이 도시의 소음에 의해 방해받지 않도록 소나무 숲을 조성한 연희문학창작촌은 ‘예술인을 위한 공간’, ‘문화·예술을 가꾸기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예술인센터 건립자들의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김강 미술가는 “과연 그들이 대형 예술인센터 건립을 통해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을 창출하고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공간의 불모지인 서울 서북부에 문화공간을 가꾸겠다는   사업 본연의 취지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예총이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