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개발을 둘러싼 홍익학원과 주민 간 갈등,
해결 조짐 없이 주민들 안전까지 위협받아

함께 세를 낸 집에서 서로의 아이들을 키우고 공용 부엌에서 아침 반찬을 함께 차리는 곳. 친근한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대안공동체가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미산 마을은 거대한 도심 속에서 자연과의 더부살이와 조화로운 공동체를 지향해 온 곳이다.(『대학신문』 2009년 5월 18일자) 그러나 최근 이 성미산 마을에 위기가 찾아왔다. 성미산을 매입한 홍익학원재단(홍익학원)이 마포구의 유일한 자연 숲인 성미산에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초등학교와 여자 중·고등학교를 이전하겠다며 공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올해 5월 홍익학원이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성미산 남쪽 부지에 부속학교 이전과 건축을 승인받으면서 촉발됐다. 공사가 진행될 성미산 남쪽 부지는 성미산에서 가장 숲이 울창해 생태공원 조성이 논의되는  곳이다. 이에 주민들은 성미산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24시간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서울시청과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망원 우체국 앞에서는 거리 문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주민들의 농성이 시작된 지 무려 100일이 지났으나 사건은 여전히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성미산 부지를 매입해 법적 소유권을 가진 홍익학원 측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초·중·고 부지는 너무 협소해 부지를 옮겨야 한다”며 “적법한 사업·건축 승인 절차를 거쳤으므로 공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평지에 부지를 마련하지 않고 굳이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성미산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파헤쳐진 성미산 홍익재단 부속학교 이전을 위해 시작된 공사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벌목을 강행하고 있다. 전기톱과 굴착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성미산은 벌건 흙을 드러낸 채 점차 흉물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이런 대립 속에 나무를 베는 것을 막으려던 주민들은 홍익학원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로부터 전기톱으로 위협을 당했다. 또 허가도 없이 거리를 점령한 공사 차량과 자재들은 성미산 마을 아이들의 통학로를 위협하고 있어 주민들의 안전 역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뚜렷한 해결 조짐 없이 주민과 홍익학원의 갈등이 심화되고 마을의 상황이 악화 되는 사이 성미산의 생태계는 날로 파괴되고 있다. 성미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태근씨는 “만일 공사가 계속 진행돼 학교가 들어선다면 한강과 마포지역을 잇는 생태 통로가 사라지게 된다”며 “이곳을 통해 이동하던 천연기념물 소쩍새 등 많은 생명체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 말했다. 성미산학교의 초대 교장을 맡았던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역시 “성미산 마을은 각박한 삶을 강요당하는 현대인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며 “환경과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상호 호혜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성미산 마을의 정신이 파괴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미산의 산등성이에는 깊은 굴착기 자국이 새겨졌으며 고목들 역시 하나 둘 베어져 나가고 있다. 태풍으로 잠시 공사가 중단된 성미산에는 날씨만큼이나 스산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감돈다. 하지만 성미산 마을 주민들은 10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임할 당시 추진한 배수지 공사를 막아 성미산을 지켜낸 기억을 갖고 있다. 주민들은 10년 전 그 때처럼 성미산에 따스한 햇살이 다시  드리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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