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생명윤리법 개정 이후 줄기세포 연구 전망

iPS 세포 등 윤리적 분쟁 소지 적은 줄기세포 연구 주목받아
연구심의기능 강화 등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윤리문제 최소화해야

2006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 강국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 이후 일본과 미국 학계의 약진에 주춤하는 듯 했던 줄기세포 연구는 당시 중단됐던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이 7월 재개되고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가 재점화됨에 따라 『대학신문』은 최근 주목받는 줄기세포 연구동향과 생명윤리법 개정을 앞두고 윤리적 문제해결을 위한 지침을 알아봤다.

윤리적 논쟁 소지 적은 줄기세포 기초연구…다양하게 ‘분화’하는 줄기세포 연구

줄기세포는 특정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세포를 일컫는 포괄적 용어다. 줄기세포는 그것을 어디에서 얻는가에 따라 연구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골수에서 추출하는 조혈모세포는 1970년대부터 백혈병 치료에 이용됐지만 혈액세포로만 분화해 응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반면 인간배아나 태아의 생식선 세포(생식세포를 만드는 세포)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어 응용범위는 넓지만 추출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인간복제의 위험 등 많은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또 자신의 피부 등에서 얻는 성체줄기세포는 면역 거부반응 없이 치료에 사용할 수 있지만 체내 존재량 자체가 적어 추출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계에서는 줄기세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iPS 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는 응용 범위가 넓은데다 연구 과정에서 배아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 논쟁의 소지가 적다는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iPS 세포는 2006년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교토대 재생의과학연구소)가 처음 고안한 것으로 성인의 일반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줄기세포로서의 능력을 갖추도록 한 개인 맞춤형 줄기세포다. 국내에서는 김효수 교수(의대 내과학교실)가 유전자 대신 단백질 추출물을 주입해 성숙한 세포를 분화 이전으로 역분화시키는 독자적 방식의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삽화: 유다예 기자 dada@snu.kr
또한 성체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는 강경선 교수(수의대 수의공중보건학전공)팀이 배아줄기세포보다 생명력이 오래가지 않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됐던 성체줄기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밝혀내 세포를 젊게 유지할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 3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에 노인과 청년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분화능력을 비교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는데, 이는 줄기세포가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증명해 강경선 교수의 연구를 뒷받침한다. 강경선 교수는 “발암 유전자를 이용해 만드는 iPS 세포는 발암 위험이 있어 상용화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단점으로 지적된 수명 문제가 이번 연구를 통해 해결된다면 상용화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줄기세포 기초 연구 외에도 줄기세포 치료제가 미국 11곳, 유럽 40곳 등 많은 연구소에서 개발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미용이나 경미한 질병을 위한 건강 보조 약품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실제 질병 치료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의 티투큐어(t2cure)사가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제를, 미국 바이오하트(Bioheart)사는 심장 근육을 재생시키는 근모세포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9일 식약청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줄기세포 치료제 2상, 3상 임상실험 진행 현황은 세계 2위 수준으로 한국이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의 세계적 흐름에 주도적으로 동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진행 제한? 자체 심의기능 강화는 연구 신뢰성 확보로 이어져

그러나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해지는 것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복제의 위험성과 배아파괴 등 윤리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 연방지법이 ‘연방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은 위법이다’며 기독교 단체들이 낸 소송에서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려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자국 내 줄기세포 연구를 독려하고자 75개 연구 라인에 추가 지원했으나, 그와 상반된 이번 판결로 연구 기관들은 곤란한 처지에 있다. 서울대 IRB(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장 박찬구 교수(윤리교육과)는 “이번 판결은 연구의 필요성과 윤리적 문제가 충돌한 단적인 예로 연구심의 기능 강화 등 해결책 모색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내 생명윤리법에서 사용되는 ‘세포군’이라는 어휘에도 윤리적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덧붙였다. 그는 “‘세포군’은 배아를 생명체가 아닌 생물학적 물질로 바라보는 느낌을 줘 일부 학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입법예고한 생명윤리법 개정안은 민감한 생명 연구윤리의 문제에 대해 자체 연구윤리 심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뚜렷한 연구윤리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줄기세포 연구기관을 포함한 모든 인간 대상 연구기관에 IRB 설치가 의무화되고 관련 연구계획서는 반드시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또 배아연구기관 및 유전정보기관은 필히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이화여대 생명윤리정책센터장 김현철 교수는 “논문 기고자들에게 IRB 심의를 거칠 것을 권고하는 국제 학계 추세에 발맞추고 연구 인프라로서의 연구윤리 지침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번 개정은 줄기세포 연구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박찬구 교수는 “언뜻 윤리심의 규정 강화로 연구 진행이 제한되는 것 같지만 연구자들이 오히려 연구윤리의 명확한 기준을 세워 충실히 이행한다면 연구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승인이 중단됐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연구팀이 연구의 투명성을 위해 생명윤리심의 강화 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재개됐다. 지난해 2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차병원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서를 3차례에 걸쳐 심의를 거친 뒤 인간의 난자를 다량 사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줄기세포주를 새롭게 만들었을 때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차병원 연구팀은 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난자 사용을 최소화하고 동물 실험을 병행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윤리적 논쟁 와중에도 줄기세포 연구는 진척을 거듭할 전망이다. 그러나 줄기세포는 중증의 질병으로 손상된 조직 재생에 쓰일 수 있어 ‘불로장생의 묘약’에 비견되지만 필연적으로 윤리문제를 안고 있다.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가 자체 연구윤리 심의기능을 강화해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연구에 다시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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