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사가 학생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읽고 많은 점에 공감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연유로 사생과 관악사 간의 대화가 부족해졌고 신축 기숙사 문제 등과 같은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게 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기사에서는 일련의 일들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사생들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이는 본인도 관악사의 사생으로서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무작정 사생들에게 기숙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6개월간 관악사에 거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볼 때 지금의 관악사 운영 시스템 하에서 사생들의 무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관악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기숙사 시설이 고장 났을 때 시설물 고장을 신고하는 게시판이 있다. 하루에도 10여건씩 신고가 들어올 정도로 많은 학생이 이용하는 게시판이다. 하지만 이 게시판의 글들을 읽어보면 거의 사생 각자의 방에 있는 고장 난 시설물만 신고돼 있을 뿐이다.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이나 휴게실에 있는 시설이 고장 난 것을 신고한 글은 찾기 어렵다. 본인이 거주하는 건물에 있는 공용화장실의 변기 하나는 고장 난 채로 2주가 넘게 방치돼 있다. 하지만 이를 신고한 사생은 아무도 없다. 사생들이 무관심해 하는 것은 비단 관악사 공동 시설물 고장 신고뿐만이 아니다. 관악사 자체에서 기숙사 환경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참여율이 저조한 경우가 다반사다.

공동 시설물 고장에 무관심한 사생들을 바라보며 방관자 효과가 생각났다. 기숙사란 공간은 한 개인이 사는 곳이 아니라 여럿이 모여 지내는 곳이다보니 어떤 문제가 닥쳐도 ‘나 말고도 이를 해결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이에 대부분의 사생들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기숙사 일에 무관심해 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사생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생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는 지금의 관악사 운영 시스템 하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관심한 사생들의 태도만을 지적하면서 그들이 기숙사에 애정을 가지기만을 촉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관악사가 정말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현재 관악사의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 사생들이 관악사 운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령 관악사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에 인센티브를 줘 다음 학기 관악사 배정에서 우선순위 혜택을 주거나 더 오래 관악사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실시해 사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조홍근
에너지자원공학과·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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