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조운동장에 마련된 야구장은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학내 야구 동아리의 경기가 매주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시합에 참가하여 뛰고 있는 선수들과 관전석에서 응원하는 선수들은 모두 즐겁게 야구를 즐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즐거움의 한 구석에 그늘이 자리하고 있다. 취미로 혹은 좋아서 시작한 야구가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선수의 부상은 경기와 훈련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것은 선수들의 미숙함이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야구장의 환경에서 기인한 문제다. 실제로 현 서울대 야구장의 시설은 매우 열악하다.공간이 협소해 경기 전 선수들이 기본적인 훈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은 협소하다. 그래서 선수들은 차들이 다니는 아스팔트 위에서 달리기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그나마 여의치 않을 때는 미처 몸도 풀지 못한 채 시합을 뛰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이나 경기를 보러 온 관중이 마땅히 쉴만한 공간이 없는 것도 문제다. 벤치가 부족해 운동장을 찾는 사람들을 적절히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캐치볼이나 스윙연습을 하는 선수들에 의해 위협을 받을 때도 많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가 진행되는 운동장에서 발견된다. 배수가 잘 되지 않고 돌들이 여기저기 노출돼 있는 운동장은 야구공을 선수들의 몸을 향해 불규칙적으로 튕겨낸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오는 공을 선수들은 몸과 얼굴로 받아낸다. 그리고 그 기쁨에 주저앉는다. 기쁨이 너무 커서 한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정신을 놓고 누워서 혹은 절뚝절뚝 춤을 추며 그 순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야간 경기가 진행될 때도 예외는 아니다. 부족한 조명이 빚어낸 사각의 공간에서 선수들은 공을 받아내느라 온 몸을 던진다. 눈두덩이에 파랗게 멍을 들이기도 하고 이마가 함몰되기도 한다. 과연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두고도 부상을 ‘선수들이 미숙한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서울대는 학생들의 교육을 내세우며 동아리 활동과 봉사활동, 체육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하지만 체육활동에 대한 지원은 앞의 두 활동에 비해 미미하다. 체육관이나 운동장을 마련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임대료로 받고 있음에도 그에 따른 관리나 학생들의 보호를 위한 설비를 조성하지 않고 있다. 대운동장과 기숙사 운동장은 잔디구장으로 조성해 축구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신경 쓰는 노력은 엿보이지만 야구장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운동도 학업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대학에서 거쳐야 할 교육과정의 일부이다. 최근 학내 곳곳에는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건물을 신축하거나 기존의 낙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자주 있다. 교실과 마찬가지로 운동장도 학생들의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대학 측은 운동장을 단순한 놀이가 이뤄지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교육공간이라는 생각을 갖고 체육환경 개선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김동혁
국어국문학과·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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