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월말 사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재철 사장이 들어선 이래 각종 시사프로그램이 밖에서부터의 압력과 내부에서의 알력 다툼 속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재철 사장이 임명되면서부터 사회문제를 비판해왔던 시사프로그램들의 시련은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는 그것을 보는 국민을 당혹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먼저 지난 8월 17일에는 MBC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의 방영이 사장과 임원회의를 거쳐 보류됐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음에도 이를 굳이 보류시킨 것은 이명박 정권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지난 2006년부터 방영돼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면서도 공영성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후 플러스’와 세계의 인권 상황을 널리 다뤄왔던 시사프로그램인 ‘김혜수의 W’의 폐지 결정은  MBC가 앞으로 공영방송임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두 시사프로그램의 폐지에 잇따라 새로 편성되는 프로그램이 이른바 MBC판 ‘슈퍼스타 K’라는 사실에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눈과 귀가 돼주는 시사프로그램을 없애고 그 자리에 기껏해야 케이블 방송의 연예인 양성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졸속품을 밀어 넣겠다니, 너무나도 뻔하고 천박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국민을 정말 바보로 본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MBC를 이미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버린 ‘KBS화’시키려는 의도다.

정부의 언론탄압은 특정 방송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KBS, YTN, MBC 등 주요 언론사 사장이 친 이명박 정부 인사로 교체됐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언론 자유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중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매년 각 국가의 언론 자유 순위를 발표하는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순위를 31위로 평가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로서는 1위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매년 순위가 떨어지더니 2009년에는 69위로 폭락하고 말았다.

아도르노는 그의 저서 『계몽의 변증법』 에서 “즐거움은 체념을 부추기며 체념은 즐거움 속에서 잊혀지고 싶어한다”라 말했다. 이는 시사방송이 줄어들고 이를 예능·오락프로그램이 대체하는 지금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이 현실의 고통을 고발하지 않고 즐거움, 즉 현실에서의 도피만을 돕는다면 사람들은 이내 현실의 부정함을 잊게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MBC가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텔레비전에서는 정권을 찬양하거나, 쾌락만을 좇는 그런 프로그램만 가득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조기욱
영어교육과·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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