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1호 9월 13일자 8면
“간접고용의 굴레속 곪아가는 노동자의 권리” 기사를 읽고

한달전 동국대병원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한명이 자살했다. 그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발견된 종이에는 “상납을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상납하지 않은 사람은 힘든 병실로 보내고”, “빼돌린 쓰레기봉투 100여장을 팔아 오라고 시키고”, “수사해주세요”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상납이나 쓰레기봉투 문제 외에도 비인격적인 대우 등의 문제도 적혀 있었다.

아마도 이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그리 특별한 사안은 아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시설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음지 속 부당한 처사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시설노조가 설립된 지 10년이 된 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10년간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들의 임금은 턱없이 낮고 여전히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들의 신분 또한 ‘간접고용노동자’라는 사실이다.

한편 10년간 변한 것도 있다. 과거에는 파업을 통해 그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그것이 쉽지 않다. 당시에는 노동자들을 우리와 같은 학교의 구성원이라고 여겨  함께 연대하고 이들의 투쟁을 지지했다면 현재는 그들의 존재를 지각하는 학생조차 거의 없다. 사회의 무한 경쟁 체제에 매몰돼 학생들은 자신의 앞가림을 하는 데 바쁠 뿐 타인의 삶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 됐다.

노동자들은 1년 단위 고용구조 속에서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못하고 있다. 고용권을 가진 학교가 그들의 처우가 공론화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학생들과 연대하기를 원하면서도 학생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한다. 

실제 얼마 전 사회대 학생회에서는 시설노동자의 근무환경을 조사하고자 몇몇 노동자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행정실은 노동자들에게 학생들과 다시 만난다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해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10년 전에는 노동자를 돕고자 하면 그들과 충분히 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마음 놓고 도와주는 것조차 불가능해 졌다. 10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시설 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서울대의 구성원이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는 이렇게 깨끗한 학교를 다닐 수 없다. 서울대의 구성원인 그들과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본부가 많은 규제로 노동자들과 학생의 연대를 방해하지만 이를 하나씩 헤쳐 그들의 문제가 우리의 문제임을 지각하고 이를 함께 고민해 나갔으면 좋겠다.

신예지
사회학과·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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