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할아버지와는 다른 방법, 그렇지만 같은 향기를 뿜고 싶어 - 문배주 전수자 이승용씨

단단하게 디딘 밀반죽 누룩이 곱게 익으면 말간 술이 뜬다. 술에서 하얗게 흐드러진 배꽃향이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문배주(聞梨酒)다. 문배주는 경기도 김포에 있는 양조장에서 무려 5대째 내려오는 술이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손을 잡고 양조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던 이승용(35)씨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술도가를 이어받을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고교 시절부터 제조 전수를 받은 이씨는 대학도 농화학과에 들어가 발효를 공부했다. 그러나 그는 「코리아타임즈」의 신문기자라는 양조 전수자치고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기자가 된 것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아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며 “항상 언젠가는 문배주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젊은 전수자를 맞이하며 술도가는 많이 변화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는 옛날의 맛과 방식을 고수하셨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며 “아무리 좋은 문화라도 사람들이 즐기고 보고 만지며 사람들 속에 자리해야 진정한 문화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가 양조장을 이어받은 이후 문배주 양조장은 공장을 현대식으로 바꿔 더 많은 사람이 문배주를 만날 수 있도로 했다. 또 저도주(低度酒)의 추세를 따라 기존 40도보다 순한 23도의 술을 만들었다.

모습이 달라지긴 했지만 문배주 특유의 향과 깊이는 고스란히 내려오고 있다. 이승용씨는 “도수를 달리했지만 문배주의 부드러운 향과 맛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가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는 여전히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있다. “무엇보다 술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게 좋다”고 덧붙이는 그의 말에서 술 익는 소리에 5대째 담아낸 문배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줄 위에선 혼자라 외롭지만 모든 걸 잊게 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 어름산이 박지나씨

남사당패의 줄꾼인 어름산이가 줄 위에서 비틀거리며 위태위태한 탄성을 몇 번 자아내다 이내 높이 뛰고 구르는 재주를 넘는다. 앳된 얼굴의 박지나(23)씨는 10여년의 시간 동안 줄을 탄 여자 어름산이다. 어릴 때 사물놀이와 풍물을 익힌 그는 남사당패 선생님들에게 줄을 타보라는 권유를 받고 생전 처음 남사당패 공연을 보게 됐다. “홍기철 선생님 공연을 보면서 선생님 모습에 내가 겹쳐졌다”며 당시를 회상하던 박지나씨는 “줄 위에 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꼭 그 자리에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줄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위험하고 장래성이 없다는 이유로 줄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신 부모님 몰래 일년여 시간 동안 줄타기를 배웠다. 자식의 고집을 보고 ‘포기하지 마라’는 조건과 함께 마음을 돌린 부모님은 이제 누구보다도 그가 의지하는 존재다. 줄을 타는데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줄타기 자체가 위험해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야외 공연 중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도 연습을 해야 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3m에 달하는 높이에서 얇은 외줄 위에 있는 기분은 어떨까. 배우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혼자 연습하고 혼자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 젊은 전수자에게는 무겁게 다가온다. 그는 “혼자 줄 위에 올라있으면 외롭거나 무서울 때도 있다”며 “가끔 줄과 이야기하기도 한다”고 웃어 보인다. 그 웃음 속에 젊은 전수자의 고민이 배어 나온다. 천상 어름산이인 그가 자신을 다시 줄 위로 오르게 하는 줄타기의 매력을 설명한다. “공연을 할 때 줄에 올라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모두 나만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것이 나를 줄 위로 오르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연구를 하면서 우리 문화유산도 계속 배워갈 겁니다 - 매사냥 전수자 이승환씨

매의 발톱으로부터 팔목을 보호하는 장갑인 버렁이를 두툼히 낀 매사냥꾼의 이미지와 실험복을 단정히 차려 입은 생물학도의 이미지가 얼핏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매사냥(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8호) 전수자 이승환(32)씨는 공주대학교에서 생물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매사냥과의 인연을 맺게 됐을까. “맹금류 인공복원 연구를 위해 학교 내에서 사육장을 운영하고 있을 당시였다”고 운을 뗀 그는 “참매가 번식이 까다로워 매사냥꾼인 박용순 응사님과 복원을 함께 하게 됐고 그 때 매사냥의 매력을 알았다”고 밝혔다.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으니 그는 “만 일년이 안 된 새끼를 보라매라고 하는데 보라매를 데리고 산에 나갔을 때 갑자기 자기 혼자 날아오르더라”며 첫 사냥에 나갔을 때의 설렘을 이야기해줬다. 그러나 이런 매사냥에 대한 즐거움에도 그 전수는 쉽지 않다. 그는 “외국에서는 허가만 받고 나면 매를 키울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수자라도 매를 기르는 것이 불법”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어렵기는 모두 마찬가지지만 매사냥은 도자기나 항아리처럼 판매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장소 문제 등의 어려움도 있다”고 전수자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승환씨의 목소리에는 매사냥에서 느낄 수 있는 호연지기와 즐거움이 묻어난다. “지금 연구하는 인공 번식이 성공한다면 전체 매의 개체수도 느는데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사람한테 적응된 매도 늘어날 것”이라며 연구의 성공과 매사냥의 전수까지 두루 생각하는 그의 하루는 점차 더 바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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