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최종덕 지음┃휴머니스트┃466쪽┃2만3천원

지난해 다윈 출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출간 150년을 맞았다. 진화론은 다른 자연과학과의 경쟁보다 종교와의 설전에서 더 큰 시련을 겪었다. 이는 자연과학자인 다윈의 업적이 인문·사회과학에 미친 방대한 파장을 방증한다.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는 다윈이 인용되는 다채로운 맥락을 짚고 진화론에 대한 오해를 파헤쳤다.

저자 최종덕 교수(상지대 교양과)는 물리학자 장회익 교수와의 대담을 책으로 엮은  『철학과 물리학의 만남』에서 철학의 윤리 인식 체계와 물리학 이론의 관계를 풀어낸 바 있다. 물리학과 철학이라는 독특한 전공을 바탕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종횡무진 해온 저자는 역사, 사회, 생태, 철학의 네가지 주제로 다윈의 진화론을 바라본다. 저자의 눈은 그것을 다양한 영역에서 ‘넓게 보기’와 또 그것의 오해를 푸는 ‘바로 보기’로 좁혀진다.

‘역사’ 주제에서 만난 임지현 교수(한양대 사학과)는 다윈의 진화론이 미친 파장의 영역을 ‘폭넓게’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단순히 창조론의 대척점으로서 진화론을 주목한다면 당대에 진화론과 충돌했던 가치관과 사회적 배경을 놓칠 수 있다. 임 교수는 마르크시즘이 목소리를 키우던 19세기 유럽 사회에서 진화론이 맞서 싸운 대상은 종교의 창조론보다는 사회 이념인 진보 이론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럽에 퍼져 있던 목적지향적인 진보 이론이 ‘최상의 목적점’을 부정하는 다윈의 진화론과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진화론이 자연과학 외 학문과 넓게 관련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진화론이 모든 영역에서 적용 가능한 이론이라는 오해를 사게 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따라서 그는 생물학자 전방욱 교수(강릉원주대 생물학과)와의 대담으로 진화론 ‘바로 보기’를 주문한다. 진화론이 격렬한 논쟁의 중심이 된 영역은  원래 이론이 싹튼 생물보다는 사회영역이었다. 즉 인간의 사회·문화적 행동을 진화론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진화심리학과 사회생물학이 화두가 되면서 진화론을 모든 사회현상에 무조건 원용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나타났다. 저자는 이처럼 진화론을 만능 도구처럼 ‘넓게’ 적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자연도태, 적자생존 등을 생물학적 관점에서부터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올바른 이해 없이 진화론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다 보면 식민주의에 이용된 사회진화론이나 우생학의 사례처럼 진화론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왜곡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4명의 학자와 대담 후 저자가 만난 학자는 찰스 다윈이다. 진화론을 발표할 당시 가장 우려했던 것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자신의 아내였다는 다윈의 고백에서 독자는 딱딱한 과학 이론에 숨은 한 자연과학자의 인간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진화론을 다각도로 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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